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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1.12

2025.01.11 (Sat)
그때 밤의 저 끝자락에서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제 나와는 영 원히 관계가 없어진 한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는 소리였다. 아주 오랜만에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생명이 사그라져 가 는 그때에 '약혼자'를 둔 것인지 왜 다시 시작하는 놀이를 한 것인지 이 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곳, 생명이 꺼져 가는 양로원 근처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 시간 같았다.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엄마는 거 기서 해방감을 느꼈고 처음부터 다시 살 준비가 되었던 게 틀림없다. 아무도, 그 누구도 엄마의 죽음에 눈물을 흘릴 권리는 없다.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모든 고통을 씻어 주고 모든 희망을 비워준 듯, 온갖 징조 들과 별들이 가득한 그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가 가진 정 다운 무관심에 마음이 열린 것이다. 나와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 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려면 내게 남은 소원은 오직 하나, 내가 덜 외로워하도록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그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와 증오에 가득 찬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