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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2024.06.15

2024.06.14 (Fri)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지난 늦여름 내가 만난 주리가 바로 이 진리의 표본이었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란 교훈을 내게 가르쳐 준 주리였다.’ - 209p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우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다. (중략) 모든 사람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책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 272p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이 행복이 아닌 불행이라면, 인간에게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라면, 과연 나는 어떤 삶을 더 가치있게 여겨야 할까. ‘불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인생의 부피는 늘려갈 수 있는 삶과, ‘행복’이라는 보호막 아래에 갇혀 그 너머의 세상에 관해선 전혀 알지도 겪어보지도 못하고 자신이 아는 세상만이 전부라고 믿어야 하는 삶 중에서 과연 어떤 삶이 더 불쌍한 삶일까? 이 책을 통해 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불행한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가치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완전하게 행복한 삶이 진정한 가치 있는 삶인 건가? 하지만 이 세상에는 완전한 행복만을 추구하기 위해선 무시하고 회피해야하는, 아예 처음부터 그 존재 자체를 몰랐어야될 수많은 깨닳음과 가치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탐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완전한 행복과는 멀어지는 삶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둘은 결코 공존할 수 없기에. 그렇다면 완전한 행복을 포기하고 이 세상의 무수히도 많은 그 깨닳음과 가치들을 좇으면서 살아가야 하나? 이는 물론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내 스스로 피곤하고 불행한 삶을 자초하는 일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나를 고민하게 했다. 이 고민에 대해서는 전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였다. 헌데 이 책을 읽고난 뒤 비로소 이 고민에 대한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한 기분이다. 사람마다의 행복과 불행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누군가에겐 행복이 불행이고 불행이 행복이라는 것을. ‘불행한 삶’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 나는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나에게 닥쳐올지도 모르는 또 다른 ‘불행’들에 대한 나의 막연한 두려움이 모조리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의 인생에서 만나게 될 불행들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했다. 불행은 말 그 자체로 불행이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인생의 부피를 넓혀줄 경험이 될 수도, 정체되어있던 잔잔한 삶에 파도를 일으킬 활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 또한 행복이라는 것은 어쩌면 모두 이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