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llow friends on the app and stay updated!
Scan the QR code
Public ・ 04.11

2025.04.10 (Thu)
‘나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나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가끔 나 자신이 세상에 대해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밀려와 공허와 허무를 느낄 때가 있어서 이 책을 읽어보려 몇 번 시도해 봤었다. 처음 두 장을 읽고 책을 내려놨던 적도 있고, 생각만 하다 읽기 싫어져 관둔 적도 있다. 그러다 최근 독서 모임에서 카뮈에 대해 소개를 받아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시지프 신화>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카뮈의 문체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정말 좋았다...😳 계속 생각하게끔 하는 주제하며, 여름 바다와 뫼르소의 마음, 그리고 마리의 아름다움을 글로 잘 녹여내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많았다!!❤️🔥 엄마가 늙어서 죽고. 살인을 하고. 사형 선고를 받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게 끝이다. 허나 단순히 취향이 아니라고 제쳐놓기엔 생각해 볼 점이 많아서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읽는 내내 주인공의 철저히 무관심한 말투와 태도가 글 자체에서 느껴지는 점이 신기했다. 시니컬하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뫼르소의 시니컬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서 실존주의와 허무주의/사르트르와 카뮈의 철학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당시엔 관련 서적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어서 공감도 잘 되지 않고 너무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이방인을 다 읽고 곱씹어보니 카뮈 철학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하진 않는 문체와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나를 푹 빠지게 만든 카뮈가 정말 대단했다ㅋㅋㅋ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모양이 기다란 데다 옻칠을 하여 번쩍거리는 모습이 필통을 연상케 했다.’ 엄마 관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허ㅋㅋㅋㅋㅋ 아 진짜 좋다. 내내 무감한 태도이다 이렇게 서술에서 간접적으로 뫼르소가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독자에게 알려준다는 게 정말 잘 쓰인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페이지가 너무 아름답고 빛나서 좋아 죽을 것 같아...😥😥🌊🌊 ‘마리는 흰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풀어 늘어뜨린 차림이었다. 예쁘다고 말하자 기뻐하며 웃었다.’ ‘햇빛은 땅 위에 무겁게 내리쬐기 시작했고 더위는 점점 더 심해졌다.’ 뜨거운 여름낮과 그 아래 마리의 웃음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아진짜😱😱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만 반응하는 뫼르소를 볼 수 있는 문장이 참으로 많았다. 처음엔 짐승 같다고 생각했는데, 해설까지 읽고 나니 조금은 다르게 생각이 되었다. 뫼르소는 어쩌면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감정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를 참여시키지도 않고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나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나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었다.’ 비로소 이방인임을 느낀 뫼르소. 이후 삶에 대한 태도가 조금 달라진 점이 포인트인 것 같다.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도 나의 마음속에서 그 무엇인가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목이 터져라 외치며 그에게 욕설을 퍼붓고 기도는 그만두라고 말한 다음, 그저 물거품처럼 사라지기보다는 차라리 불에 타버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너보다 더 강하다.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내게는 있어.’ 뭔가가 느껴진다. 안개 같이... 명확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 뭔가가. 별 일이 아니기에 꾹꾹 참다가 사소한 일에 폭발하는 것도, 그 후로 무언가 강한 감정(positive)을 갖게된 것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었기에 내내 시니컬한 태도이던 뫼르소가 폭발적인 감정을 드러냈고 그 이후 세상에 애착을 조금 가졌다는 점이 내게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해설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해변가에서 수영하는 쾌락이나 알제리 오후의 부드러움, 그리고 육체적 사랑 등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의 어떤 일도 그에게는 무관한, 정말로 이방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냉혹한 인간, 건달패와 섞였고, 음란한 일에 관련되어 사람을 죽인 탈선자인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똑같은 생활의 되풀이 속에서 인간의 정신은 기계화되고 생활은 단조로워져간다. 인간에게는 희망도 환상도 사라지고 육체적인 진실, 순간적인 쾌락만이 남아 있다.‘ 뫼르소는 왜 그렇게까지 이방인이 되었을까? 카뮈가 뫼르소라는 등장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독서모임 멤버 분들께서 카뮈에 대해 애정을 갖고 계셔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수 있었다. 뫼르소는 모든 감정을 초월하는 듯하지만 끝내 허무주의에서 벗어나고 결국 죽기 직전에서야 이 삶이 유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대적 배경인 2차 세계대전 직후 사람들의 지배적인 정서 허무, 공허 즉 부조리를 인정하고 하루하루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죽어도 사람을 죽여도 무감하던 뫼르소. 자기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떼어 놓기도 하고 본인의 일인데도 타인에게 운명과 흐름을 맡겨 놓기도 하고... 나는 이것이 하나의 방어기제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상처받았기에 차라리 자신을 세상에서 떼어내어 그렇게라도 무감해지려는 것이다. 무엇이 뫼르소를 그렇게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해!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지 아팠을 뫼르소의 마음이 조금 신경쓰인다😅 뜨거운 햇빛과 여름바다의 웃음소리가 참 예쁜 책이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크게 다가와 다른 책들보다 내 마음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