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 04.11

2025.04.10 (Thu)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 것이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었다.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허를 찌르는 듯한 비판적인 문장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제목이 왜 달과 6펜스일까 계속 궁금해하면서 읽었는데 달과 대조되는 세속적인 6펜스라는 속성을 통해 돈 대신 달을 보겠다 즉 세속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진리를 추구하겠다는 해석이 좋았다. 스트릭랜드가 너무 즉흥적이고 과격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또 6펜스 대신 자신만의 <달>을 좇기 위해 모든 걸 버렸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그 뜨거움에 감응이 된다. 달을 보느라 발밑에 떨어진 6펜스를 보지 못해도 괜찮다고, 세속적인 이익을 좇지 않아도 괜찮다고, 즉 남들과 같이 평범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나와는 달리 빈곤할지언정 자유로움을 과감하게 택하는 그 무모함은 통쾌했고 짜릿했다.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모순적인 말들-그 사람 덕에 지금 자리를 꿰찬 거면서 그걸 버린 그 사람을 멍청하다고 업신여긴다든가-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주고, 하물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화자조차 모순되거나 세속적인 발언을 하게 해 다 같이 어리석고 멍청해 보이게 만든다. 롤리타랑 똑같네... 그 점이 좋았다. 다들 예술가에 똑똑한 지식인인데 바보들~~ 하고 놀리는 것 같아서ㅋㅋㅋㅋ 가진 것과 나를 옭아매는 것들을 죄다 버린 후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나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든 '문명'에 지지 않고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멋있고... 동경도 조금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아, 얼마나 행복하고 시원할까? 타인의 눈에는 안정적인 직장, 단란한 가족,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가진 그 사람이 부러워 보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만하고 한심스럽게 어리석은 사람일 뿐이라고, 그러니 대중의 눈치 따윈 볼 것 없이 네가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라고 주인공 스트릭랜드를 통해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삶을 '죽은 뒤에 성공하면 뭣하냐'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굳이 성공에 초점을 맞출 필요 없겠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내가 원하는 삶 일까 과연?) 그러니 내가 인생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성공’에서 ‘원하는 일상을 사는 것’으로 옮겨갔다는 뜻이다. 그러게... 왜 나는 무조건 성공하려고 했을까? 늘 나를 갈고 채찍질하고 몰아세워 최고의 결과를 쟁취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다칠 나는 생각하지 않고. 하지만 그것은 점차 결국 내가 원하는 하루하루, 그것들이 모여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묻는 말에 <달과 6펜스>를 제일 먼저 꼽을 정도로 이 책을 사랑한다. 밥 먹을 돈으로 물감을 사서 떡칠하는 어떤 사람을 보며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자신은 어마어마하게 불타오르고 짜릿할 것이기에 나 역시 나만의 가치를 좇아 뜨겁게 타오르려 한다. 그 순간엔 정말 벅차오르게 행복할 것을 알기에 기꺼이 뛰어드려 한다! 죽음을 개의치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이 책은 1차 세계대전 직후 발간되었는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 사회 비판이나 지식 추구를 완전히 떠나 오로지 미와 재미를 위한다는 점이 나를 매료시켰다. 재미있었고 또 아름다웠다. 오스카 와일드와 나보코프 그리고 서머싯 몸까지 좋아하는 걸 보면 나 역시 유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유미주의와 스트릭랜드의 모습은 내게 예술의 아지랑이를 불러일으켰다. 좋은 대학에 가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서 뭐 행복하게 살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당연히 그 길만 걸으며 살아왔는데 예술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고 유미주의가 그렇게 날 울린다면 그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 내 인생을 던져도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서 나는 배를 곪더라도 나만의 예술을 하며 사랑으로 가득한 삶을 살 것이다🤟🔥 이제 좋은 직업이나 명예, 돈 같은 건 상관없다. 나는 돈이 많을 때보다 내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것을 하며 불타오를 때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 것이다. 이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왜 나는 달을 향해 쐈는데 매번 별밖에 못 맞추는지 늘 속상했었는데 어쩌면 나는 그 뒤에 달보다 더 크고 멋있는 별을 맞춘 게 아닐까? 그 별이 나에게는 달일 수도 있지 않을까? 광활한 우주 속 달보다 더 가치 있는 별들은 수없이 많을 거야!! 이제 우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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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충십색히미친치와와지랄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