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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5.04

2025.04.18 (Fri)
꽃이 머문 자리마다 빛이 머무는 듯했다. 햇살도 조심스레 스며드는 아침, 작은 꽃병에 꽂힌 꽃 한 송이가 방 안의 공기를 달라지게 했다. 그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피어 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그 주위는 다른 시간대처럼 느껴졌다. 빛이 꽃을 따라 내려앉았고, 그 빛은 마치 그 자리를 떠나기 아쉬운 듯 천천히 머물렀다. 벽에 부딪히는 햇살도, 바닥을 스치는 바람도 꽃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고, 방 안은 갑자기 한 편의 시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워졌다. 책 위에 흩어진 먼지마저도 그 순간에는 반짝이는 입자처럼 보였고,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꽃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내 마음에 남은 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어떤 따뜻한 장면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