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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7.29

2025.02.01 (Sat)
판형이 독특하고 글자가 크고 책이 작아서 그냥 단순하게 읽기 쉬운 단편집인가 보다 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에 고고의 여정이 너무 길고 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짧게 엮어 보냈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쳤다. 천선란이 쓰는 사랑의 세계가 항상 그런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그리는 미칠듯한 로맨틱함. 꼭 유성애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다정하고 따뜻하고 또 늘 서로를 향해 있는 그 문장들이 지독하게도 로맨틱하다고 느껴졌다. 자기의 존재이유는 자기를 발견한 랑으로 삼았지만, 그렇기에 제 험악한 외관 덕에 탄생이유를 내내 마음 한 구석에 뒀던 고고에게 사람들을 안아주는 로봇이었다고 말해주는 그 순간. 저항할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인간이 아닌 인간의 다정함은, 인간을 닮아있는 로봇에게 위로를 준다. 인간을 목적으로 한 채 살아가는 인간을 닮은 로봇과 외계인이 서로에게 건네는 지극히도 인간적인 위로와 사랑. 그 ‘안아줌’은 랑에게는 존재 자체로, 버진에게는 걱정과 말동무로, 케빈에게는 열달 동안은 무탈히 묻혀있길 바라는 ‘기도’로, 알아이아이에게는 팔을 내 줌으로, 그리고 마지막 살리에게는 수많은 질문의 형태로 나타난다. 고고가 랑이 제 등에 업혔을 때를 회상하며 놓지 않을 거라 믿고 젖히는 상체, 라는 문장이 꽂혔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같아서. 놓지 않을거라는 그 믿음 그 자체를 가진 랑과 그 믿음을 영원히 기억하며 ‘사랑스러워‘ 하는 고고. 다정한 장면으로 깊게 남았다. 생명체라곤 겨우 견뎌내는 사막에서, 로봇이라는 가장 차가운 존재가 사랑이라는 돌을 놓으면서 건너가는 이야기라니.. 천선란다운 사랑이야기였고, 나는 또 한없이 그 사랑에 매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