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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8.28

2024.12.17 (Tue)
소설 <천 개의 파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작가님 이름 세 글자만 보고 집어 든 책이다. 혼자 떠났던 공주 여행 때 방문한 독립서점에서 어떤 책이든 골라오고 싶었는데 마음에 쏘옥 드는 책이 없던 찰나에 눈에 띈 책이기도 하다. <천 개의 파랑>을 읽은 지 오래되어 아주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읽은 (몇 안 되는)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는 건 기억한다. 이걸 읽는 동안만큼은 소설 속 세계에 들어가 등장인물들의 바로 옆에서 지켜보게 했고, 책의 남은 페이지가 얇아져 갈 때에는 빠져나오기 싫어 아껴 읽곤 했던, 다 읽고 나서는 한동안 다른 책을 집어 들지 못하게 한, 그런 소설이었다. 이 에세이의 제목만 봐서는 아주 가벼울 줄 알았다.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유치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안에는 작가님의 세계가 넓어진 과정과 이야기가 묵직하게 담겨 있었다. ‘디지몬 어드벤처’가 작가님의 고독했던 유년 시절에 준 위로와 용기를 엿볼 수 있었다. 작가님에게도 ‘엄마’라는 디지몬이 있고 ‘이야기’라는 문장이 있는 것처럼 (직접 언급하신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에 작가님의 문장은 ‘이야기’인 것 같다.) 내 디지몬은 무엇일지, 내 문장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됐다. 내게 디지몬 어드벤처에 관한 기억이라고는 큰집에 있던 사촌 오빠의 이불, 고등학생 때 만났던 남자친구가 인생 만화라며 좋아했던 것뿐, 실제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나를 다른 세계에 푹 빠져들게 해준 작가님을 다른 세계로 인도해 준 만화라니 너무 궁금해져 쿠팡 플레이로 디지몬을 보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에 본 적도 없는데 왜 디지몬들이 진화할 때마다 소름이 끼치고 울컥하는지. 나조차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를 쓴 작가님의 세계가 넓어져간 과정을 담은 책까지 읽으니 작가님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간 쓰신 다른 이야기들과 앞으로 쓰실 이야기들을 궁금하게 만든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