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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9.29

2025.09.29 (Mon)
완독하는데 장장 두달 걸렸다. 샬럿브론테 그어느 작품보다 읽기 힘들었고 의문점과 맘에 안드는 부분도 많았던듯. 누가 물어보면 추천은 못해줄 것 같은데(맘에안들어서가 아니라 읽기 힘들어서) 페미니즘적으로 생각해볼거리는 충분하기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추천. 제목을 셜리라고 주인공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 썼기 때문에 당찬 주인공이 관습을 깨고 당시대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을 가득 안고 읽어나갔고, 실제로 2권 중반까지는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결말까지 읽고 나서는 적잖이 실망. 제목의 셜리는 어디간건지. 등장에서는 당당하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마구 뿌리더니 2권으로 갈수록 점점 옅어지다가가 결말에서는 사라져버렸다. 이럴거면 제목을 왜 셜리로 한건지. 괜히 나댄 느낌. 캐럴라인도 마찬가지로 이전에는 자아실현적인 고민도 많이 하고 주체적인 인물로 나아가는 싹을 틔울 듯 했으나 결국 두 주인공이 결혼함으로써 셜리의 진취적이고 당당한 점도 캐럴라인의 섬세하고 깊이 사고하는 능력도 개인의 관점에서는 전부 백지화됨. 그들의 남편 로버트와 루이스를 빛나게 해줄 도구로 전락함. 그들의 남편될 로버트와 루이스도 등장 초반에는 당대의 보편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캐릭터와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인가 기대했지만 결국 전형적인 가부장, 남성우월주의 인물에 그 거대한 자아의 셜리를 남성의 소유물로 만드는 데 일조할 뿐. 셜리가 가부장제에 굴복함으로써 시대의 한계를 회의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음. 만약 그게 맞다면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방도가 많은데도 지배계급 사이의 이념싸움에 너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나머지 중요한 마무리를 놓침. 의도는 실패했다고 밖에.. 읽는 내내 그시대 영국 지배계층이 가지는 선민의식은 샬럿브론테여도 어쩔 수가 없구나 생각했다. 목회자의 딸이었던만큼 더더욱 그랬을 수도... 정치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에 급급해서 더 그랬을까... 완독한 것에 만족이고 다시 읽을지는 의문.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고 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별로인 소설이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 것이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