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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11.01

2025.05.09 (Fri)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계속해서 답을 내리시는데 그 해답이 모조리 ‘글을 쓰는 것’ 하나로 귀결되다니 글에 대한 광기 어린 + 숭고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지 생각 ー결심ー이 떠오른다. 다시 쓰면 된다, 소설을. 그것만이 다시 연결될 방법이니까. 그런데 무엇과 연결되는 걸까 나는, 쓰기를 통해? 오직 쓰기만이 연결해주는 그걸 위해 나는 이렇게 헐벗은 채 준비되어 있는 걸까? 울퉁불퉁한 자아에 걸려 전류가 멈추지 않도록?
43~44p
동트기 전 어둠 속에서 생각한다. 이제 멀어진 사람 같은 나의 소설을.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있었는데, 결사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버텨주었는데, 나만 여기 남았구나. 그런데 ‘나’는 원래 누구였던가? 예전에 나였던 사람은 이미 이 소설로 인해 변형되었으므로 이제 그 사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니 바꿔 물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텅 빈, 헐벗어 있는 이 사람은?
42p
바람과 해류. 전 세계를 잇는 물과 바람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
48p
쓴다…… 쓴다. 울면서 쓴다. 흐름을 끊기 싫어 부엌에 선 채로 요가를 했다. 화장실에 뛰어갔다 돌아오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온 몸으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54p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던 과정에서 내가 구해졌다면, 그건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인 결과였을 뿐이었다. 글쓰기가 나를 밀고 생명 쪽으로 갔을 뿐이다.
57p
햇빛이 잎사귀들을 통과할 때 생겨나는 투명한 연둣빛이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특유의 감각이 있다. 식물과 공생해온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리라 짐작되는, 거의 근원적이라고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이다.
95p
빛이 비스듬히 잎들을 가로지를 때 행복한데, 이 감정은 아마 식물과 공생하도록 진화된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11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