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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2024.11.13

2024.11.10 (Sun)
누군가 만들다 만 눈사람에게 우리는 돌을 박았다. 꽁꽁 얼어 있어 잘 박히지 않았다. 이제 눈사람에게 눈이 생겼다. 숲은 하얬고 흔들렸고 나무들은 우리를 에워쌌다. 빵이 얼었네.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며 나는 말했다. 먹고 싶다거나 맛있다는 느낌 없이도 빵을 먹는 것처럼, 좋음을 기대하지 않았다. 물병도 얼어있었다. 목이 메었다. 열심히 먹지 않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요. 밟힌 눈은 미끄러워요. 더 이상 아무도 다치면 안 돼요. _리기다소나무 우리 중 누군가가 그런 장면은 이상하게도 잊히질 않다 말했다. 셋 다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얼굴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찾아주려는 듯 우리는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거리를 꽉 메울 때까지 그랬다. _서로 눈동자가 물에 잠겨가는 사람에게는 물에 잠겨가는 도시가 나타난다. 발목이 물에 빠지고 팔꿈치와 어깨까지 수위가 차오르고 나면 이목구비가 잠겨간다. 빌딩들이 해초처럼 출렁인다. 어떤 영화는 떨어지는 사람을 슬로모션으로 보여줄 테지만 인간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돌멩이가 아니다. 그 사람은 다리에 올라서서 물을 내려다볼 것이다. 방금 내 정수리로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하늘을 향해 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이곳도 누군가의 눈동자 속이겠지. 그 사람은 조금 전에 호수가 담고 있던 검은 하늘을 손가락 하나로 일그러뜨렸다. _조금 전에 내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속에 머리를 넣었다. 물속에 있는 것들이 보였다. 물을 보려 하면 물은 지나가버리고 지나가버렸다. 물의 가장자리에 죽은 잠자리 떼가 모여 있는 동안 물의 가장자리에서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불 꺼진 거실에 앉아 초콜릿 한 박스를 다 먹었다. 달콤하구나. 먹어도 먹어도 새까맣게 달콤하구나. 몸을 일으키면 내 가슴에서 까만 조각들이 쏟아졌다. 쪼그려 앉아 손끝으로 하나씩 검은 조각들을 찍어 먹었다. _출입국 내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는 똑똑히 보고 있다 눈동자가 눈빛을 놓아주었으면 해서 여름 내내 나는 물속에서 지냈다 물에게 말을 했고 목소리는 공기 방울이 되었다 더 가면 안 된다는 목소리와 관두자는 목소리가 똑같이 동그랗고 똑같이 투명했다 물은 차차 깊어졌다 목소리는 점점 위로 올라갔다 정적으로 태어나버린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음속이 침묵의 속도를 감당할 수 없는 까닭을 상상하면서 별 하나가 성단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추처럼 나는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온 힘을 다해 가만히 가만히 있었다 남은 목소리가 몸을 빠져나가버릴 때까지 그래서 목소리가 멀리 가버릴 때까지 하얀 모래 위에 누군가 잠들어 있었다 동그란 물방울들이 온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물방울에게 체온을 나눠주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하얀 타월로 그 사람을 덮어주었다 아무도 하지 않은 말을 나는 똑똑히 듣고 있다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 바라볼 때까지 눈동자가 눈꺼풀을 깨울 때까지 _바캉스 바닥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바닥을 보아야만 끝을 볼 수 있나요? 끝을 보기 위해 바닥을 보아야만 하나요? 바닥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나요? 바닥이 끝을 끝으로 밀어내지 않나요? 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끝을 붙잡고 끝없이 갈 수 있겠지요? _끝없이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괜찮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괜찮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강을 바라보았다. 그냥 보기만 하는 돛단배가 강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정말 새까맣고 정말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우리가 카페에 자리를 잡았을 때 친구는 모두에게 캐리어 한 개씩을 나누어 주었다.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캐리어에 물건들을 담아 캐리어를 닫으면 된다. 모자를 넣으면 오리발이 튀어나왔고 오리발을 뒤집어 넣으면 곰 인형의 엉덩이가 튀어나왔다. 가방을 싸는 동안에는 가방을 싸는 일만 생각할 수 있어서 우리는 가방을 싸고 또 가방을 쌌다. 이비사에 가기 위해 코란타에 가기 위해 보라보라에 가기 위해 손님은 점점 줄어들었다. 종업원이 다가와 폐점 시간을 알려주었다. 한 사람을 남겨두고 우리는 돌아갔다. 잠깐 비가 왔다. 차창에 맺힌 물방울들이 부서지면서 점선이 되어갔다. 침묵을 깨고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함께 가방을 쌌다고.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가방을 싸두었다고. _겟패킹 벌레 떼가 쫓아왔다. 아는 사람처럼 매일매일 신어도 매일매일 발이 아픈 신발처럼 나는 걸음걸이가 어색해지고 껌을 씹는 방법이나 잠에 빠져드는 비법에 매번 어색해진다. 나는 너와 더 오래 있고 싶었다. 잘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한 것만 같다. 손가락을 뻗어 내가 빵- 소리를 내면 너는 죽은 체한다. 눈을 꼭 감고서 네가 잘 누워 있으면 나는 너를 안아준다. 가지 마, 내 잠꼬대 소리에 내가 깨어날 때 너에게 한 말인지 나에게 한 말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너는 잘 지내길 바라. 다시는 보지 말자는 얘기야. 다행스럽게 한 번도 밖을 보지 못했지. 내 방 구석에 있는 소화기를 보고 있다. 작고 무겁고 단단하고 빨갛게 서 있다. 아는 사람처럼. 저걸 죽을 때까지 쓰지 않을 거지만 그건 좋은 일이다. 너는 조용해서 시끄럽다. 폐가에만 우글거리는 식물들처럼. 맨발로 밟은 과자 조각처럼. 밟는 느낌이 참 좋지요, 수북하게 쌓인 은행잎을 밟으며 누군가 내게 말했다. _아는사람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발을 닦는다. 물이 닿아서 아파지고 아프면 물집이 생겨나고 또다시 단추가 사라져도 단추가 있다는 걸 잊어버리면서도 단추들을 모아두었는데. 차가운 컵 밑에 물기가 고인다. 아픈 사람은 가만히 누워 끙끙거리기만 하고 대답도 안하고 눈도 뜨지 않는다. 헛소리나 하고 자꾸 헛소리를 한다. 여기를 누르면 따뜻한 말을 해줘요. 걱정하지 말래요 물웅덩이를 불러왔어요 선인장 하나를 더 불러 볼게요 기린하고 사슴도 보세요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어요 저녁을 부를까요? 눈이 오는 건 어때요? 눈이 쏟아지고 눈이 눈에 엉겨 붙는 건 어때요? 걱정하지 말라잖아요, 자꾸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같은 반성을 해요 똑같은 버스 똑같은 노선 똑같은 겨울 똑같은 회전 매번 간절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고, 내일은 다를 거라며 십 년 넘게 같은 편지를 썼어요 오래 사용한 부위는 매일 새롭게 아파진다. 뒤꿈치에서 투명하고 맑은 물집이 또다시 생겨난다. 다시 모든 눈은 사라지고 우리는 계속 있다. 또다시 열심히 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다. 너무 열심히 꿈을 꾸는지 눈커풀 속에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발자국이 발자국 모양대로 얼어간다. _물집 벽은 낙서로 가득했다 수많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열심히 찾아보면 누구나 자기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액자 하나가 걸려 있었고 알록달록한 꽃밭이 그려져 있었다 꽃밭에는 낙서가 없었다 나는 나의 화분을 생각했다 꽃이 아니라 화분이 좋아서 샀던 화분인데 오래전에 사라졌다 꽃이 커져 분갈이를 해주었는데 꽃이라지만 꽃이 핀 적은 없었는데 꽃이 피길 바란 적도 없었다 너무 아파 보여 가지를 잘라주었는데 다 잘린 채로 다시 살아날 것만 같았는데 손톱만 한 새잎이 나오기도 했는데 지난봄부터 서서히 조금씩 죽어갔지만 이제 거의 다 죽어간다 나는 내가 잘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좋았던 그 화분에 자전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식물을 키우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고 눈을 떠보면 내 방 가득 내 것이 아닌 글씨체들이 보인다 알 것 같은 이름들 영원과 사랑과 우정과 다녀감. 나는 아무 감정 없이 물을 주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꽃이라거나 유대라거나 가능성이라거나 내 생각 아닌 생각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꽃이 죽어가는 건 내 잘못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잘해주려 할수록 내 잘못이 커져가고 그것도 내 잘못인 것 같고 꽃이라고 했는데 무슨 꽃인지 나는 기억도 못 하고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했지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다녀감. 그 말이 싫었다 다들 다녀갔다는데 솔아 다녀감. 이라는 낙서는 찾았는데 나도 나를 다녀갔으면 좋겠는데 너는 내가 키운 유일한 식물 십 년이 지나 네가 내 방보다 커진대도 너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을 것이다 _다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