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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4.17

2026.04.16 (Thu)
001. 잠들어있던 글. 깨워서 다듬어 올려본다. 벌써 4개월이 지났네. 002. 작년 겨울, 서울에 데이식스 콘서트 보러 갔다가 이틀밤 신세 진 친구 집에서 본 연극이었다. 나는 국립극단 홈페이지가 있는 줄도, 거기서 좋은 작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진짜 충격적이게 좋았다. 003. 연극을 볼 때도 많이 울었는데, 잘 때도 울었고 며칠은 생각날 때마다 울컥했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 같아요“ 이 대사가, 이 대사를 하는 배우의 목소리가 생생했고 울컥했다. 의도, 나는 읽고 보는 대부분의 창작물에 '그래서 작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물고 하는데 그날은 "나는 뭘 듣고 보고 싶어서 서울, 여기까지 와있지?" 생각했었다. 그 무렵은 회사에서 온갖 일들이 벌어지고, 매일 해결해야하는 일들 투성이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서 일상을 차분하게 가꾸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티켓팅 어렵기로 난리났던 콘서트 회차였는데, 지친 나머지 그냥 가지 말까 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까. 004.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 같아요“ 저 대사는 주인공이 죽음 앞에 놓여서 과거, 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 후 말미에 나온다. "삼매경"의 표면적인 주제는 '연기와 배우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 수 많은 것들의 비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과 작가, 신과 구도자와 같은 것들로 치환될 수 있고, 그 대상이 미술, 음악, 운동, 사람, 사랑 등등도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냥. 나 자신과 그 어떠한 대상이 있었고, 거기에 빠져들든 익숙해 졌든 이유도 모른채 몰입하고 추종하고 애증하며 삶과 자아에 녹아들어 분리도 거부도 할 수 없게된 것. 어쩔 수 없는, 체념에 가까운 인정, 결과는 뒤에 놓아두고 과정만으로 설명해야하며 그렇게 밖에 정의 할 뿐인 그 자체가 삶인 것. 그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극중에서 오래도록, 계속 노력해온 모습이 여러 장면으로 나온다. 자신이 연기할 인물을 이해 하려고, 구현해 내려고, 타인이 그만 두라고 몇 번을 말해도 그만두지 못한다. 저승길 삼도천 앞에서 미련 가지고 자꾸 뒤돌아 보는게, 그냥 그 인물이 어찌할 도리 없이, 그게 자기 자신이라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모습처럼 느껴졌고 그건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싶었다. 적어도 나는. 005. 자기 자신으로 사는 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마냥 행복하고 밝고 긍정적이고 아름답지 않다. 치열하고 고통스럽고 때로는 치욕스럽고 고단하며 지난하기까지 한 것. 하지만,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 만큼 홀가분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없어 평생을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삶을 살아내는 게, 내 현존의 목표. 006. 연극을 봤을 때, 나에게 그런게 뭐였나 생각했고 그땐 몰랐지만, 파묻혀 죽어가는 나를 살리는 일, 내가 나를 살게끔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정, 그 구간에 있었기 때문에 울었구나 싶다. 힘에 부치고 속도 부대껴서 엉엉 울면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울지 않았다면, 타서 깨져버린 마음만 남았을테지. 007. 엉엉 운 덕분에, 엉엉 울게 만들어준 작품 덕분에, 그 추운 겨울에 나는 나의 언어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들을 듣고, 보고, 읽었다. 그러기 위해서 서울에 갔었나보다,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008. 그리고 이런 것들은, 내게 불현듯 주어진다. 내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