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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4.18

2026.04.17 (Fri)
001. 짝수달에는 영화를 본다. 4월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나는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서, 대체로 유명한 영화들도 제철이 아닐 때 보는 경우가 많다. 시기를 빗겨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좋은 것들은 시기도 타지 않아 오히려 검증된 영화를 볼 기회로 삼는다. 002. 간식을 보면서 먹었는데 중후반부에는 힘겨웠다. 이 영화는 뭘 먹으면서 볼 영화는 아니구나. 자극적인 장면을 아름답게 그려내서 여차하면 아무렇지 않게 느낄 수 있게, 영리하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와 별개로 나는 비위가 썩 좋지 않아 먹던걸 삼키기도 뭐해서 우물우물 거리다가 그런 장면이 지나고서야 겨우 삼켰다. 003.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느꼈는데, 무슈 구스타브가 매 순간 순수했기 때문이었다. 허영, 속물, 어리석게 느껴지는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건 꼬박꼬박 건내는 인사, 진심어린 사과, 아끼는 것들에 대한 왜곡없는 표현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가 맺는 금발들과의 난잡한 관계가 드러나도 그의 도덕성 결여보다는 인간이 갖는 모순 또는 결핍의 일부로 해석하게 된다. 호텔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도 그가 가진 순수함이 드러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그는 호텔을 무언가의 수단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그리고 제로 무스타파. 청년기, 노년기의 무스타파 연기가 정말 좋았다. 무슈 구스타브가 보인게 자긍심, 순수함이었다면 제로 무스타파가 보인 건 충직함이란 이름의 진실함. 무슈 구스타브가 최악의 상황에서 다음을 모색해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제로 무스타파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고. 004. 무슈 구스타브, 제로 무스타파, 아가사. 우여곡절을 겪고서 이제 행복해지나 싶었더니, 삶에 또 다른 풍파가 온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결말이 그렇게 되어서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삶이란게 정말 우리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행복했고 소중한 순간들이 퇴색하지 않고 평생을 지켜주기도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빛바라고 퇴색되고 시시해진다 하더라도, 절대로 훼손될 수 없는 한 장면, 한 구절, 한 시기가 있다면 괜찮다고 말 할 수 있다. 005. 영상미가 상당하다. 영화중에 어느 장면에 무작위로 멈춰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내 취향의 연출로는 십자열쇠협회. 진짜 정말 너무 내 취향이었다. 006. 좋았던 장면으로는 무스타브와 제로가 마담 D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가는 기차 안에서 군인들에 의해 신분 수색을 받을 때, 제로를 지키기 위한 무스타브의 행동이 드러났던 장면과 감옥에서 탈옥하고 제로를 만나 자신의 품위를 지킬 수단이 좌절되었을 때 그에게 퍼붓는 말이 잘못된 것임을 알자 진심으로 사과했던 장면이다. 아가사와 제로가 난간에 메달려 죽을 뻔 했는데 빵 배달차 안으로 떨어져서 살자 허겁지겁 껴안는 장면도 좋았다. 007. 마지막 대사가 좀 이상하고 이해가 안되서 찾아봤는데 오역이었다고. 지금까지 수정할 기회가 많은데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게 좀 이해가 안된다. 아쉬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