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의미함에 몸부림치고 골몰하는 저자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생명체를 탐구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일평생을 어류를 분류하고 찾아내는 일에 몰두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물학자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저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어낸다.
어류라는 생물의 분류는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그것들을 단순히 분류해놓는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 물고기에 해당 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 '물고기'가 아님을 놓아버리는 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그저 나로서 여기 존재한다는 것.
저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읽는 동안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다른 생물과 다른 것이 뭔지 찾아 헤맸던 헤르메스가 생각이 났다.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 '나는 중요하지 않으며 동시에 그렇더라도 중요하다'는, 말장난과 같은 관점이 효월의 종언 파트에서 시나리오 작가가 하고 싶은 그대로의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라면 물고기를 놓아버리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어류가 어류가 아니던, 말던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짚어내는 것처럼, 이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저 살아가고, 그러면서도 삶의 무의미함에 빠지지 않도록.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고 있지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