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03.26

2026.03.19 (Thu)
ー우주라는 무한성, 생명이라는 유한성, 그리고 외계라는 미지. 하드 sf라는 원작의 타이틀이나 무수한 과학 지식 대신 이 영화는 서사와 몰입감에 중점을 두었고, 개인의 고립과 생존에 중점을 둔 <마션>과는 또 다르게 이 영화는 협력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과학을 아예 외면하지 않고 일종의 엑스트라, 혹은 서사의 엔진처럼 사용되어 그레이스가 처한 상황을 우리에게 이해시키고 로키와의 관계 진전에 재미를 갖게 한다. 전자기파를 보지 못해 광학연구가 부진했던 에드리언과 기계공학 기술이 부족한 지구의 톱니바퀴가 매끄럽게 맞물리는 것만 해도 말이다. 그레이스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부 생략된 내용이 분명 존재하나 지나치게 서술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그레이스가 아닌, 그레이스와 로키에게 집중하게 되었으니.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서 맥락이나 흐름이 끊기는 것도 아니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가”를 충분히 납득하게끔 흐름을 만들었다. 그레이스의 과거. 그레이스의 현재. 이 두 가지 상황에 대해 화면비 연출을 통해 한 번씩 툭툭 끊어주는 게 오히려 긴밀한 연결장치가 된 셈이다. 우주와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수하다. 하지만 우주를 고립이 아닌 협동의 영역으로 보여주고, 외계인을 단순히 관찰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 대신 파트너로 보여주는 작품은 몇 안 되지 않을까? 우주라는 광활하고도 미지한 영역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품을 수 있다. 고립과 두려움이라는 노멀한 상징을 넘어 우정, 사랑, 그리고 성장까지 학습하게 된 우주를 가시화하게 된다면 분명 오색찬란할 것이다. 버릴 건 과감히 버리고 보여주고 싶은 건 분명하게 챙긴 영리한 감독들의 영리한 영화. “생각 좀 해봐도 돼?” “오래오래 생각해도 됨.” 이 작품을 누구보다 오래오래 생각한 건 감독들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