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2025.01.09 ・ 스포일러 포함

2024.12.31 (Tue)
언어를 입으로 전하지 않고 세상의 만물을 눈으로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언어라는 것은 단지 입에서 귀로, 귀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손에서 눈으로도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언어는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불규칙한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특수성은 우리의 오감각들을 언어로 표현할 때, 온전히 다 전해지지 않는다. 서로의 눈을 마주보지 않아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통해 사랑을 알 수 있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사랑이 담긴 눈동자에 다정함이 전해진다. 굳이 모든 문장의 의미를 일일이 해석하지 않아도 마음이 요동치는 것은 언어의 영향이 아니라, 어쩌면 그 이의 영향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둠에서 빛을 찾는 사람, 적막에서 소리를 찾는 사람.
그 쓸쓸한 몸은 이제 죽었니. 네 몸은 가끔 나를 기억했니. 내 몸은 지금 이 순간 네 몸을 기억해. 그 짧고 고통스러웠던 포옹을. 떨리던 네 손과 따스한 얼굴을. 눈에 고인 눈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