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2025.12.18

2025.05.08 (Thu) ~ 06.03 (Tue)
연결. 너와 나는 이어져 있다.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이어져 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죽음과 생존으로. 우리의 연결이 너의 죽음과 나의 생존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그 충격. '너'가 비인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나의 삶은 무수한 너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걸까? 라는 생각에. 손미 시인의 시로 저런 질문을 갖게 되었고, 손미 시인은 이런 나에게 아래와 같이 팔을 뻗어왔다.
'우리'란 결코 '하나'일 수 없는 '나'이면서 '너'라는 모순의 공동체를 이르는 말일 테다. 우리는 타자와 주고받은 고통과 상처를 통해 자라나고 우리의 삶은 그 상처를 통해 전개된다. 손미의 시에서 이러한 사실은 삶의 최종적인 결론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이다. 이 시집에서 '너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이면서 '너'인, 즉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자로서 '우리'가 가하거나 겪었던 고통과 상처의 기록이다. 그런데 상처가 우리를 훼손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강하게 만들듯, 손미의 시는 이러한 '나'의 이야기가 회복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와 '너' 사이에 얽힌 의존, 상처와 훼손의 역사를 응시하고 기록하는 것은 '나'가 언제나 '나'이면서 '너'로서 존립해왔음을 일깨우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공동체의 삶이라는 직물에 짜인 무늬는 전에 없던 것일 테고, 기묘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p.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