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2025.02.18

2025.02.16 (Sun)
[채식주의자 - 몽고반점 - 나무 불꽃] 정상적인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토록 고대하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읽다‘ 라는 수동적 행위와,능동적이고 단단한 한강 작가의 문체가 충돌해 괴리감을 느꼈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녀는 서서히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거부해 갔다. 가족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사회는 그녀를 틀 안에 가두려 했다. 그녀의 선택이 기이한 것인지, 그들을 둘러싼 세계가 폭력적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비정상은 자신을 정상이라 주장하는 사회의 커다란 무리에서 소외된 이들을 칭하는 것이 아닐까. 고로 영혜는 자신을 정상이라 칭하는 나무와 함께, 차갑고 달큰한 빗물을 받아들였으리라. 형부는 영혜의 몸을 바라봤다. 그녀의 피부, 그녀의 몽고반점, 그녀의 무언가로부터 멀어져 가는 눈빛. 그는 그것을 예술이라 말했지만, 사실은 집요한 욕망이었다. 욕망과 예술은 어디에서 갈리는가. 인간은 스스로를 어디까지 속일 수 있는가. 누군가의 전율이 어떤 무엇보다 추악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표현되며,더러운 욕망이 이해와 연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순적인 상황. 결국, 그런 모순점에도 이 책을 놓지 못하는 나 또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인 것이다. 영혜는 점점 식물과 닮아갔다. 물을 원했고, 빛을 찾았다. 그녀는 그곳에서 자유로웠을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으로 걸어 들어간 것일까.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 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 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중략)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