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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6.02

2026.06.01 (Mon)
영화는 탈북민이자 성소수자인 철준의 이중 소수성을 가지고 현대 사회의 고립감, 소속감, 불안을 이야기한다. 탈북민 친구들에게는 게이라는 정체성으로 남한 친구들에게는 탈북자라는 정체성으로 완벽히 어울리지 못하며 어느 공동체에서도 편안하지 못하다. 철준은 집단마다 자신의 모습을 나누어 보여주며 살아간다. (이 지점에서 사람은 모두 페르소나를 쓰며 살아간다는 지점을 느꼈다) 그로 인해 영화는 철준이 가진 외로움, 약점, 결핍을 드러내며 시작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철준이 가장 단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소속감을 갈망하지만 그 갈망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부정하거나 파괴하지 않는다. 이 강인함은 단순히 자신감이 아니라 수없이 거절 당하고 부정당하면서도 본인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퀴어에서 가장 큰 주제로 드러내는 부분인 자기 부정, 혐오의 키워드가 이 영화에서는 철저히 배제된다. 철준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인정하는 인물이다. ‘나는 탈북자다.’, ‘나는 게이다.’라는 사실이 온전히 받아들여진 상태였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 아닌 이중 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채 타인과 연결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관계 형성 방법. 그것에 이중 소수자라는 특수성이 더해져서 표현된 것이다. 허나 이러한 철준의 단단함이 영준에게는 불안으로 다가간 듯 하다. 영준은 철준에게 “아기 오리”라는 표현으로 없으면 안되는 존재, 본인에게 의지해주길 바랐으나 철준은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는, 혹은 기대 본 적 없는 사람이었기에 영준의 바람이 그에게까지 흘러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영준은 철준을 애써 밀어내고 도발하며 본인을 향한 그의 진심을, 애착심을, 애정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철준은 그의 시그널을 읽지 못했다. 아마 이 과정에서 연인의 감정보다 귀인, 혹은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았을까. 영준은 첫 만남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나 철준은 그렇지 않았기에. 그가 처음 선택한 이는 현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 한 켠에 불안함이 자리 잡았을 것이다. 친구가 연인이 되는 게 두려운 건 평생 함께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소중한 관계를 잃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버리기도 하니 양날의 검이 아닐 수가 없다. 영준은 현택을 질투하고 현택은 영준을 질투하고 세상 제일 가까운 관계처럼 굴지만 한순간에 흐트러지기도 하는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진심으로 의지하는 친구가 생긴 것이 좋기도 불안하기도 한 관계를 그린 듯 하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서. 이 무리에 가장 늦게 진입한 철준이 어쩌면 앞, 뒤 상황 재지 않는 순수한 인물이었기에 가장 큰 상처를 입게 된 게 아닐까. 원래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이를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하는 것처럼 철준에게 영준은 그런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빙빙 돌아가는 회전 목마처럼 그렇게 시절 인연 흘려보내고 다시 맞이하며 살아갈 철준을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 1 - 첫 번째 장면에서 철준이라는 인물을 다 설명한 듯. 2 - 선택 받지 못해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자기 소개에 ‘탈북자 친구 구합니다.’를 적어 넣던 철준. 3 - 중국집 먹고 가라는 말로 애써 사람을 붙았던 철준이 영준을 통해 무리에 들어가고 단톡방이 생기면서 공동체에 속하게 되었고 그들을 자신의 집에서 재우고 아침에 일어나 중국집 배달 시켜 먹는 장면, 현관에 켜켜이 쌓인 신발을 응시하던 철준의 모습. 4 - 배신감에 모자 패대기 치고, 어학연수 간다는 영준의 말에 엉엉 울던 장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던 철준이 감정을 터뜨린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