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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2024.12.29

2024.12.21 (Sat)
노을에 대한 내성 노을은 크고 작은 구름을 싣고 나뭇가지에 찔리며 바위에 찢어지며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흘러간다 나는 이 시간만 되면 부족한 것 같다 뼈도 하나 없는 것 같다 영원히 잘될 것 같지 않다 나는 망가진 채 태어난 것 같고 어려선 누가 고쳐주지 않아 망가진 걸 몰랐던 것 같고 지금은 망가진 걸 인정하기 싫어 고치기 싫다 아직도 주먹을 쥐면 네 손이 느껴진다 굳은 살과 툭 튀어나온 마디와 각질과 불에 덴 자국, 매일 조금씩 내 지문은 벗겨지지만 내 손을 덮은 네 지문은 벗겨지지 않고 수시로 내 손 을 찾는다 이제 나는 아무 일도 겪기 싫다 행복하고 싶지도 않다 괜찮고만 싶다 나중 말고 지금, 지금, 지금 좀 괜찮고 싶다 나는 거인의 박동을 가진 난쟁이다 아니 난쟁이가 가지고 노는 쥐다 쥐가 빠져나간 쥐다 눈을 다쳐 덤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어디에 발을 놓아도 편하지 않다 오늘에서 오늘로 넘어가는 시간 가시덤불을 흔든다 빨갛게 흔든다 오늘 밤 꿈에도 지난 오늘 밤처럼 아프리카에 가서 테이블 마운틴을 보고 싶다 또 한번 처음으로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