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에서 친구를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해보세요

앱에서 친구를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해보세요
전체 공개 ・ 02.27

2025.02.27 (Thu)
중요한건 에리가 예쁘다는거야. --- '안녕, 에리'는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작품이다. 후지모토 타츠키를 정말 사랑하는 내가 보기엔 이 작품은 파이어펀치 엔딩이 욕먹는게 꼬와서 나온게 맞다. 적어도 무조건 영향은 받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후지모토 타츠키는 그런 걸 엄청나게 신경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단편집에는 재미있는 점이 있다. 그건 바로 70%의 작품이 편집부의 "후지모토 타츠키는 ~같은 건 전혀 못하지" 같은 코멘트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타츠키의 입에서 나온 증언이니, 그것들이 구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구라를 치는 것 부터 이미 그런 걸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나온 단편도 체인소맨에 시비걸지 말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나도 동감한다! 체인소맨은 2부도 위대하다고. 다시 말하지만 안녕 에리는 치사한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일종의 복수기 때문이다. 안녕 에리라는 만화에 대한 해석, 감상, 비판, 칭찬, 모두가 작품 내에 내제되어 있다. 우리는 작 중에서 에리와 유타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이미 했던 반응들을 그대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심지어 정신 나가 보이는 후반부의 전개도 마찬가지다. 그것에 대한 해석도 작품 속에 이미 존재하는 범위를 절대 넘을 수 없다. 이 만화에는 독자의 위치가 없다. 그저 광오하고 오만한 후지모토 타츠키와 그의 교묘한 술법들이 우리의 감상을 농락하는 걸 지켜보아야 한다. 파이어 펀치를 싸내고 욕을 먹은 후지모토 타츠키는 화가 너무나서 절대 비판 받을 수 없는 만화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비판 받을 점을 대놓고 보여주고 있다. 작품안에서 그걸 자꾸 언급하고, 나중에 그걸 비판하는 사람에게, "나는 알고 있었어"라고 말하려는 속셈이 훤히 보인다. 그런고로 이 작품을 비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비평을 찾아보면 80%가 이 이야기를 한다. 독자의 자리가 없다는 내용은 아쉽게도 만화에 없었기 때문에 편하게들 하는거다. 작품이 괘씸하다. 그런데 왜 내가 이 작품을 그토록 사랑하냐면...... 사람들에게 안녕, 에리는 어떤 작품일까? 정말 독자의 자리를 찬탈한 치사한 만화인가. 아니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만화는 예쁜 에리와 유타가 영화를 만들어서 문화제에서 복수를 하려다가 갑자기 작가가 미쳐서 폭파 엔딩이 나버린 이상한 만화일 것 이다. 어떤 사람은 어이없는 엔딩을 욕할 것이고, 어떤 힙스터는 '뭔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았어.' 하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릴거다. 세상에 힙스터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이 만화를 벌써 10번도 넘게 읽었지만, 그 감동과 기쁨은 여전히 내게 전해진다. 그것은 타츠키의 욕구에 내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안녕 에리에서, 영화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안녕, 에리도 영화다. 안녕, 에리는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를 담고 있다. 그의 작법, 감성, 가장 좋아하는 것, 그림체까지. 만화를 읽으면 그 저편에서 이 만화를 그리고 있는 타츠키가 보인다. 에리는 작중에서, 지루하지 않고, 현실과 창작이 교차하는게 좋고, 감동적이고, 마지막의 엔딩을 사람들이 좋아해주지 않아서 엄청 분하다고. 유타의 데드 익스플로전 마더에 대해 평을 남긴다. 에리의 존재가 바로 이 작품의 가장 거대한 욕망이다. 에리는 파이어펀치를 좋아해 준다고. 안녕, 에리는 그런 에리에게서 졸업하겠다는, 그런 포부를 지닌 작품으로 읽힌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련 없이 에리를 떠나는 장면으로 그런 해석을 할 수 있다. 애초에 제목부터 안녕, 에리잖아.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니다. 이 인간은 정신을 못 차렸다. 왜냐하면 이 이후에도 이런걸 또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품 내적으로 보아도. 안녕, 에리는 그 자체로써 하나의 작품 내부에 존재하는 하나의 영화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에리를 졸업할거 였으면 이런 치사한 작품 따위 만들면 안된다. 남의 평가에서 졸업할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마지막의 폭파가 있고. 그 뒤에 남은 것은 역시 후지모토 타츠키와 우리다. 누군가는 웃고, 울고, 욕하고, 찬양하고. 그럼에도 내가 이 작품을 그토록 사랑하는 건 이 작품이 보여줬던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게 마음에 들고, 몇몇 사람들이 마지막의 폭파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또 후지모토 타츠키가 좋고, 그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기 때문이고, 그가 그려낸 에리와 유타의 모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것은 역시 그의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언젠가 내가 제일 사랑하고 공들인 똥 같은걸 만들어서, 욕을 거하게 뒤집어쓴다면. 어디선가 하늘에서 초절정 미소녀가 내려와서. 이렇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네 영화. 완~전 재밌었어!
안녕, 에리.

대형빈백
06.14
우리 에리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