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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5.08

2025.05.08 (Thu)
<총평> • 현존하는 모든 노래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곡이라고 감히 자부함 • 난... 울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들어...☆ - 테일러는 원래도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감정을 서정적인 가사로 풀어내어 청자의 공감을 견인하는 가수이지만, All too well 10분 버전의 가사는 사적인 걸 넘어 더더욱 깊고 내밀한 곳에 자리한 무언가를 건드린다. 분명 테일러 본인만의 이별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가사와 멜로디를 듣고 있는 나는 테일러가 되어본 적도, 테일러의 연애를 경험해본 적도 없는데 어느새 ‘내’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이 노래 속 이야기에 대한 일방향의 연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아픈 기억과 결부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10분 13초의 분량을 자랑하는 만큼 스토리텔링 자체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옛 연인이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했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커다란 상처를 받았는지를 노래하면서도, 그만한 상처를 받기까지 얼만큼의 사랑을 지나왔는지–행복했던 추억 역시 가사 곳곳에 녹여내어 정서적 대비를 극대화한 점이 이 곡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직관적으로 내리꽂는 구절과 갖가지 비유를 활용해 운율을 아름답게 꾸미는 구절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그녀가 겪었던 순간들의 조각을 그대로 재현해 둔 가사를 듣다 보면 청자인 내 코에도 괜시리 그 가을 바람의 내음이 스치고, 머리카락에 첫눈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All too well이라는 제목답게 후렴과 아웃트로 전반에 “나는 그 모든 순간을 너무나도 잘 기억하는데, 너도 그렇니?” 묻는 가사들을 배치해 두었다. 흥미로운 점은, 노래가 진행될수록 I remember it all too well이라고 말하다가, do you remember it이라고 묻기도 하다가, 곡의 종점에 다다라선 you remember it all too well이라고, 곧 “너도 기억한다.“고 마침표를 찍어버린다. 바람이 머리칼을 헤집던 때도, 계단 아래도, 한때 너와 내가 함께 살았으며 이제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어떤 순간들을 너무나도 잘 기억한다(Wind in my hair, I was there / Down the stairs, I was there / It was rare, YOU remember it all too well). 이 마지막 30초의 아웃트로가 정말 깊은 여운을 남겨서, 5분 버전을 알든 모르든 반드시 10분 버전을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 내가 이 곡을 제대로 접한 건 2023년 11월 17일. 시애틀에서 지내던 때였는데, 그 당시에는 아직 가사 뜻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6번을 연속으로 반복해 들었다. 10분짜리를 6번 반복했으니 장장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시애틀 도심의 어느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서서 노을이 넘어가고 밤으로 물들 때까지 흘려보냈다. 살을 에일 듯한 추위 속 정신적으로 가장 어둡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디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정도로 힘들어 하지는 않았어도 될 일이었으나, 지구 반대편의 타지에 홀로 남아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반추하다보면 부득이하게도 객관성을 소실한다. 길가는 이들을 관찰하는 게 취미였던 내가 행인들 눈치 따위 신경쓰지 않고 거리를 걷다가 눈물이 나면 그대로 울어재꼈다. 2인실의 기숙사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새벽까지 청승을 떨었다. 종종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할 때면 절대 목소리 떨지 않고 잘 지낸다고 말해야지, 다짐하고서도 결국 나 너무 힘들다고 눈두덩이 부르틀 때까지 엉엉 운 뒤에야 후회하고는 했다. 이 노래는 그때 그 시절 꾸준히 매몰해 가던 마음을 보듬고 봉합해 준 1등 공신이다. 또한 현재까지도 첫 음절이 흘러나오자마자 눈물이 고일 만큼 내겐 아픈 손가락 같은 노래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타인의 가장 내밀한 고통과 슬픔을 담은 노래가 어째서 나에게 위로로 작용할 수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위로가 오직 나에게만 닿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유튜브 리액션 영상을 찾아보면 성별, 국적 불문 다양한 사람들이 All too well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아마 이야기의 주인이 자칫 쑥스러우리만치 연약한 감정을 가사에 여과없이 꾹꾹 눌러담았기에 그 솔직하고도 대담한 진심이 전세계의 수많은 이들을 공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특히나 좋아하는 가사들을 기록해둔다: And there we are again when nobody had to know You kept me like a secret, but I kept you like an oath 다른 누구도 알 필요 없는 우리 둘만의 시간 속에서 넌 날 숨겨진 비밀로 취급했지만, 난 진실한 서약처럼 널 믿었어 And you call me up again just to break me like a promise So casually cruel in the name of bein' honest I'm a crumpled-up piece of paper lyin' here 'Cause I remember it all, all, all 넌 약속을 깨 버리듯 전화를 걸어 날 망가뜨렸지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무심하고도 잔인하게 말야 난 구겨진 종잇조각처럼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누워 있어 아직도 모든 걸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잘 기억하거든 'Cause in this city's barren cold I still remember the first fall of snow And how it glistened as it fell I remember it all too well 회색빛 도시의 추위 속에서 내리던 그 첫눈을 난 아직도 기억해 떨어지는 눈이 얼마나 반짝였는지까지도 나는 아직도 너무나 잘 기억나는 걸 Just between us, did the love affair maim you all too well? Just between us, do you remember it all too well? Just between us, I remember it all too well 비밀로 할게, 너도 우리의 사랑 때문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처 받았었니 비밀로 할게, 너도 이 모든 걸 다 기억하니 비밀로 해 줘, 난 아직도 너무나 잘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