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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2025.06.10

2025.06.08 (Sun)
어떤 두려움도 없이 뻗어나가는 걸음마다 피어오르는 사랑이 마음의 틈새를 가득 채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이끼가 자라듯. 행복과 책임감은 같은 수레를 타고 있다던 의주의 말이 떠올랐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수레는 레일에서 이탈하거나 뒤집혀. 책임감 없는 행복은 위험하고, 행복 없는 책임감은 고통스러운 거야' 마르코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하나는 후련함이었고 하나는 단단해짐이었다. 은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에 있던 은희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그 자리에 더 단단한 은희가 들어찼다. 풍선처럼 부풀었던 마음이 쪼그라들며 단단한 광물처럼 빛났다. 상대방이 가진 만 가지의 특징 중에서 단 하나의 특징이 마음에 쏙 들어오면, 사랑이 시작되는 거 같아. 하나의 감정만으로 삶 전체를 설명하는 건 마르코에게 어려웠다.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살고 싶게 했고,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죽고 싶게 했다. 살아가는 건 징검다리 건너듯이 원치 않아도 어느 순서에는 반드시 불행의 디딤돌을 밟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안하면 다 잃을 것 같으니까. 눈앞에 있는 것보다 더 큰 걸 지키기 위한 선택인 거지.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마음에 쫓길 필요 없어." "그래, 너는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맞아." "둘 다 감당이 안 되면?" "그럼 깔려도 조금 덜 아픈 걸 택해야지." "깔리고 싶지 않아." "그럼 두 문제로부터 완전히 도망치는 방법도 있지." 뱉지 못한 말은 미련처럼 사어(死語)가 되어 마르코의 걸음걸음마다 눈처럼 떨어졌다. 바다눈中 - 증오에는 웃음이 필요해. 대상을 우습게 만드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 효과가 길지는 않아. 웃음 뒤에는 더 큰 증오가 오니까. 고작 그까짓 게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감정들이 비선형적으로 마구 번져나가. 주체가 안 돼. 그러니까 이 방법은 아주 가끔 써.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무서웠겠지만 그건 순간이잖아. 살려달라고 빌며 울겠지만, 이 나이까지 먹진 않았겠지. 두려움을 느끼기 전에 삶을 끝내버렸어야 했는데. 삶에 애착이 생기기 전에. 나도 살아 있는 거라고 느끼기 전에. 나는 비밀이라기보다 덜 지워진 자국인 거지. 안 지우고 감춘 게 아니라 지웠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 초라하게 남아버린 찌꺼기. 글을 알면 뭐가 생기는지 알아? 내가 모른다고 했더니, 곧장 답을 알려줬어. 싸우는 힘. 그토록 답답하고 억울해도 나오지 않던 울음이 그날 나왔어. 나 말고 누군가가, 나와 같은 누군가가, 이 좁은 통로를 기어가는 누군가가, 세상의 늪에 빠져버린 누군가가 또 있구나. 나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해나갈 거야. 엉금엉금 기어서. 가끔 내가 보고 싶을 때는 천장을 올려다보렴. 그 모든 곳에 내가 있을 거라 상상해. 그렇지만 의주야. 그러고도 내가 보고 싶어질 때는 말이야 좁은 방안에 웅크려 앉아 거울을 봐. 그게 내 얼굴이야. 우주늪中 - 애꿎은 흙을 툭툭 차고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너는 작게 핀 이름 모를 조형 꽃이 쓰러지지 않도록 흙을 모아주고 다져주고 있던 거였어. 나는 그걸 먼발치에서 바라봤는데도 마치 아주 가까이서 지켜본 것처럼, 너와 나란히 서서 꽃이 쓰러지지 않길 바랐던 것처럼 떠올라. 그럼 나는 기억을 주무르게 돼.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고 끌어안아. 따끈따끈한 빵을 품에 안은 온도를 느껴. 유오, 그리움은 가끔 변명이 돼. 그걸 잊으면 안 돼. 그 애를 사랑했던 사람만이 그 한 줄을 뜯어 먹고 살 것이다. 글자와 글자 사이, 선과 선 사이에 촘촘히 박힌 삶을 그리워하면서.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 분하고 억울하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저 멀리서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제발 나 좀 잊고 살았으면 좋겠어. 아무렇지 않게.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생각을, 그 애가 말한다. 나를 잊고 마냥 행복할 수는 없어? 그럴 방법은 없다. 드문드문 행복은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잊을 수 없고. 잊을 수 없다면 마냥 행복할 수 없다. 내가 행복할 방법은 딱 하나다. 애초에 그 애가 죽지 않는 것. 이끼숲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