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에서 친구를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해보세요

앱에서 친구를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해보세요
전체 공개 ・ 2025.07.01

2025.06.30 (Mon)
몇 번의 챕터를 지나오며 깨달았다 인생은 끝이 있는 책이 아니라 내가 직접 채워야 할 노트라는 걸 빈 페이지를 마주한다 해도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 아직 쓰이지 않은 내 이야기의 첫 페이지라는 걸 그 이야기 속엔 분명 또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도사리고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한 줄의 행복을 찾으며 난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 내 모든 페이지가 다할 때까지 얘는 바람이 빠져서 버려진 걸까 버려져서 바람이 빠진 걸까 난 이 모양이라 이렇게 사는 걸까 이렇게 살아서 이 모양인 걸까 남들처럼 제대로, 똑바로 이제 와 그게 쉽냐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해 이딴 바람 빠진 나로는 못 한다고 아무리 애쓰고 몸부림쳐도 안 된다고 안다, 다 비루한 변명인 거 바람 빠진 채로 태어난 미래는 이겨냈잖아 그래, 내 탓이지 바람 빠진 내 탓이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가자 만점 받고 오답 노트 하는 이런 애도 있는데 난 그동안 미래도, 나 자신도 몰라서 대충 찍어 맞히곤 안다고 착각했다 동그라미 쳐졌다고 아는 게 아닌데 틀리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는 것들 나도 이제 틀린 건 알았으니까 언젠간 제대로 푸는 날도 올까 반짝임에 열광하던 그이들 어디로 갔나 불빛 토하던 여름의 폭죽 어느새 모래 속에 식어버리고 그 많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발자국도 사라진 싸늘한 모래밭 갈 데 없는 나만 우두커니 혼자 남아 신발 잃은 아이처럼 나 혼자 서성이네 맨발이 돼버린 나 이제 돌아갈 곳 없는데 소라고둥 귀에 대면 아직도 귀에 선한 폭죽 소리 파도에 섞여 와 조금 더 들으려 소라고둥 속으로 소라고둥 속으로 어느새 동굴 속 갇힌 나 눈물이 만든 파도 소리에 서릿달만 문 두드리네 이제 그만 나와봐 불꽃 진 자리에 별이 가득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내 반짝임에 모두가 먼저 다가와 주던 시절 그런 반짝임이 다 사라지고 남은 건 다 타버린 폭죽처럼 아무 쓸모도 볼품도 없는 그냥 나 백수 생활은 생각과 시간의 싸움이야 남들 다 일할 때 혼자 집에 있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저 시계가 고장 났나 싶다가도 정신 차려보면 하루가 그냥 막 다 가 있고 그때 드는 생각의 99퍼는 쓸데없는 생각이야 지나간 일은 생각해 봤자 후회뿐이고 닥칠 일은 생각해 봤자 불안하기만 하고 그러니까 뭔 생각이 든다 싶으면 이 뜨개질을 해 한 코, 한 코 뜨면서 오늘 하루만 버티는 거야 그렇게 버티다 보면 새로운 일도 생기고 새로운 일은 안 생겨도 이 수세미 하나는 생기는 거지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 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우리 아기 괜찮아, 응 툭툭 털고 일어나자 당장은 무슨 일이든 마음에 안 찰 수도 있어 원래 아주 단 거 먹다가 새콤달콤한 거 먹으면은 신맛밖에 안 나잖아 그렇지만 그, 인생은 모르는 거다? 요 딸기들처럼 지금은 왜 이렇게 신가 싶어도 요렇게 시니까 잼이 되기도 하는 거야 그, 지금 인생을 딸기에 비유한 건데 알아들었을까? 내가 나라는 이유로 누구보다 가혹했던 숱한 나날들 사슴도 소라게도 모두 살아남으려 애쓰는데 왜 인간은 왜 나는 날 가장 지켜야 할 순간에 스스로를 공격하는 걸까? 남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의 가장 큰 천적은 나라는 걸 근데 알았는데, 뭐? 그게 무슨 소용이야 우리 미지 이름처럼 아직 모르는 거야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지만 오늘은 아직 모르는 거야, 미지야 어,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살자 나도 어떻게든 살아볼 테니까 미지도 살자 절대 도망치지 않기로 할머니랑 약속해 지금 약속해 같이 하루씩 버티기로 떠있는 줄도 몰랐지만 내내 따라오는 달처럼 언제부터인지도 알 수 없게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바보 난 이런 바보 같은 이수호가 좋았고 좋아한다 사람들 기대 못 미칠까 봐 두렵고 나도 나한테 실망할까 봐 무섭고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다는 게 불안하고 그 마음들이 끝이 없을까 봐 겁나고 근데 까보니까 이유가 우습잖아 꽝 나올까 봐 복권 안 긁는 바보가 어디 있어요? 근데 혹시 그런 바보인가 해서 안 놓고 붙잡고 있으면 다른 걸 못 잡잖아요 그니까 조금이라도 기쁜 거, 좋은 거 즐거운 걸 잡읍시다 나무가 되길 바라며 켜켜이 쌓아 올린 껍질들 속엔 그 안에 갇혀 조금도 자라지 못한 여린 마음들 미래 : 할머니, 나 여기서 지금처럼 계속 지내면 너무 한심한가? 월순 :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야? 미래 : 맞아, 내가 한심해서 그래 같은 실수 반복하는 거 같아서 지금 당장 힘들다고 누구한테 의지하면 안 되는 건데 이미 겪어봤는데 자꾸 믿고 싶어져 내가 너무 한심해 월순 : 나도 내가 너무 한심해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미래 : 할머니,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월순 : 마음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한심하다고 하지 마 내가 정말 되고 싶었던 건 멀쩡한 하나나 둘이 아니라 채워진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 고장 난 하나들이 끌어안아 서로의 모자람을 채운 어디인지 이상한 하나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 그 오늘들이 내일을 약속하게 만든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도 꼭 함께하자고 내일을 약속한다는 건 얼마나 오만한 짓인가 당장 오늘의 나도 알 수 없으면서 그 마음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겨우 나온 건데 내가 거기를 어떻게 다시 들어가 아무리 초라하고 힘들어도 여기서 뭐든 할 거야 뭐든 해서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도 사랑이라는 건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지더라도 끝까지 한편이 돼주는 거야 백 번이라도 천 번이라도 옆에서 함께 지는 게 사랑이야 내일을 약속한다는 건 기대가 아닌 다짐 걸어온 길은 후회로 가득하고 걸어갈 길은 두려움뿐이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이 길을 함께 걷겠다는 결심 마주할 결말이 초라함뿐이어도 끝까지 앞으로 24시간이 괴로워도 1초 잠깐 웃으면 어떻게든 살아져 졸업이 끝이야? 졸업장 그거 원래 일 시작하려고 따는 건데 이제 일 시작한다며? 끝 본 거지, 그럼 그래도 왜 미련하게 종점까지 가? 너 내릴 때 내리는 거지 그리고 끝이 뭐가 그리 중요해? 시작이 중요하지 나의 세상은 너를 만나 노래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새를 데려가듯 너는 나를 시로 이끌었다 나의 노래, 나의 바람 나의 상월 할머니 계속 올게 미지 힘든 날에 구름으로도 오고 새가 되어서도 올게 어째 구름 모양이 희한하고 빤히 보는 새가 있으면 그게 할머니야 보면 바로 알아볼 거야, 미지 하나도 슬픈 거 아니야 계속 같이 있는 거야 할머니, 나 많이 안 울고, 나 열심히 살게 그러니까 내 걱정 하지 말고 할머니 보고 싶었던 거 가보고 싶었던 곳 마음껏 보러 다니다가 아주 가끔씩 나도 보러 와 할머니, 잘 가 사랑해 늘 그래왔듯 낯설고 처음이라 미숙한 알 수 없는 나날들 그 속에서도 기어이 즐거움을 찾고 꾸역꾸역 애써서 써 내려간 하루들이 썩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나더라도 또다시 새로운 챕터는 시작되고 기어이 또 즐거움을 찾고 또 사랑하면서 다시금 마지막 페이지에 가닿는다 사람이 사람인 건 사랑이 조금 눌려서라고 위아래, 옆 조금씩 눌려서라고 꾹꾹 눌러 담은 쌀밥처럼 고운 말 고르다 닳은 지우개처럼 두 품이 포갠 그 온기가 날아가지 않게 사라지지 않게 사람이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