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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2025.07.10

2025.07.08 (Tue)
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서른이 되면, 경력이 차면, 듬직한 안정으로 나아가리라 믿었지만 이상하게 삶은 매번 흔들렸다. 마치 우는 사람의 어깨처럼. 바다가 누군가의 세찬 몸짓이라면 강물은 누군가의 여린 손짓 같았다. 바다가 힘껏 껴안는 포옹이라면 강물은 부드러운 악수 같았다. 광활한 나무 바다 속에, 열매는 있는 느낌이었다. 어려서 바다를 둥둥 떠다닐 때처럼 편안했고 가만한 고양감이 차올랐다. 어느샌가 산안개가 흰 새 떼처럼 몰려와 열매 주변이 온통 새하얘졌다. 그 속에서는 전나무도 전나무만은 아니고 꽃도 꽃만은 아니었다. 존재의 형태와 이름을 동일하게 지운 상태에서는 열매조차 그 백색 공기의 부분인 듯했다. 젊은 게 을매나 좋은 건데 그러냐. 길가의 나뭇잎도 새로 난 잎사구가 최고 이쁜 잎사구고 시멘트 공구리도 갓 양생한 시멘트가 가장 단단허고 잘난 시멘튼 겨. 근데 우째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열매 니는 할애비가 니 이름을 왜 열매로 지은지 정녕 모르는 겨? 나무가 내놓은 가장 예쁘고 잘난 거라 그렇게 한 겨. 그리고 나는 삶이라는 말도 별로 안 좋아해요. 너무 덩어리 같고 물질적이고 그냥 그거보다 '유효'쯤이 살아 있는 상태를 설명하는 데 적당하지 않나? 인간, 나무 잎사귀, 물방울, 별 먼지까지 은은히 있다가 사라지는 모양을 다 담을 수 있잖아요. 자꾸 비교하면서 살면 결국 종착역도 안식도 평화도 없는 끝없이 피곤한 여행이 될 뿐이거든요. 여름이 여름다워야 곡식도 익고 가을, 겨울이 넉넉해지지. 순리를 거스르믄 좋을 거 읎어. 털도 내리쓸어야 빛이 나는 겨. 열매는 순리를 거스르지 말라던 할아버지 목소리를 떠올렸다. 진짜 만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그때 그렇게 가 버린 뒤 할아버지는 정말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이별이 이 여름에 깃들어 있는 것일까. 열매 씨는 딱 도시에서 온 반건조 오징어 인간들 같아요. 불안과 공포와 의심과 적대와 적의가 압착된 냄새가 나거든요. 굳이 설명한다면 친교적 조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뭔가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마음을 차게 쓸고 갔다. 뭔가 다른 것, 완평을 찾아간 그 봄처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 완주 나무도 없고 숲의 친교도 느껴지지 않는 이 도시에도 가끔은 그런 기적이 일어나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