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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9.10

2025.09.09 (Tue)
태어나서 처음으로 웃으면서 울어본 거 같다. 울다가 누가 의도적으로 웃겨서 풉하고 웃어버린 게 아니라 정확히 눈은 우는데 입은 웃고 있는. 눈물을 흘리는 행위 자체가 정말 오랜만인 거 같다. 사실 울고 싶은 적은 너무너무 많았다. 최근에는 아침에 눈뜨면서도 울고 싶었고 밥 먹으면서도 울고 싶었고 자기 전에도 울고 싶었다. 마음은 이미 울고 있는데 눈은 이상하리 만큼 건조했다. 수년간 눈물이 부정적이라고 계속 세뇌했어서 그런가 보다. 눈물이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이성을 잃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감정적으로 구는 모습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예전엔 슬프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를 쏟으면서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계속 삭이는 걸 연습해서 그저 묻고 또 묻었다. 근데 진짜 웃기게도 이걸 터트린 게 데이식스 유퀴즈라니ㅋㅋ 내가 진짜 미친 것 같기도 하고 어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한 8년 정도 후의 내가 나를 바라봤을 때 나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될 것이고 돼야 한다. 현재 내가 확신이 없는 게,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는 게 그저 미래의 내가 봤을 때 이때의 나는 이렇게 작은 일로 왜 이렇게 힘들어했을까 안쓰러워할 정도로 커다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과 과거의 내가 하는 걱정과 근심과 후회, 아픔을 비롯한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이 그저 미래의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먼저 겪은 사람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그 위로들이 너무나도 와닿아서 뭐랄까.. 슬픈 건 아닌데 이유 모를 눈물이 계속 흘렀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웃는 모습이 찬란했다. 모든 걸 겪고 비로소 행복에 도달한 사람이 10년 전의 자신에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데 그 과정을 겪은 노고가 내 눈에 보였고 그 눈에서 흘렀다. 눈물이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제 울컥하면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살을 손톱으로 누르던 나쁜 버릇은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 흔들리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왜 어려울까. 행복해지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왜 평범한 날이 없고 매일매일이 아프고 복잡하고 포기하고 싶을까. 진심으로 시간이 흐르는 게 싫다. 내일이 오는 게 싫고 그냥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 멈춘 시간 속에서 나만 흐르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싫다. 그저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이라는 걸 그만하고 싶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닥치는 대로 하기만 한다면 나을 것 같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올까. 나의 모든 생각들이 보상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행복하고 뿌듯한 날이 올까. 아파서 몇 번 울다 보면 그 끝은 해방의 눈물도 오겠지, 행복해서 울어본 적이 없는 나는 아직 겪어본 적 없는 그 경험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리고 우리는 진짜 행복할 거야

왕자
09.10
방금 글 읽고 적적해져서 유퀴즈 데이식스 편 보고 왔다. 아이돌을 덕질하면서 얻는 경험들 중 이런 좋은 게 있었나 새롭게 알게 됐고 좁았던 내 식견을 반성하게 됐다. 그 서사를 전부 아는 사람의 눈에는 더욱 더 와닿겠지. 살면서 사람을 만나다 보면 기대가 좌절될 때도 있지만 이런 사연 저런 사연 각자 여러 세계를 알아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공감하는 것도 삶의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이 줄곧 하는 말들 중에 "사람이 인생에 한 번은 꼭 내 세상이 오니 묵묵히 할 일 하면 된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젊을 때로 돌아가라 그러면 그건 싫다. 나이에 걸맞는 품위가 있고 생각보다 내가 어릴 때 어렴풋이라도 생각했던 내 모습에 청년시절동안 급격하게 다가가게 된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고 즐기면서 살라." 고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완성되고 성숙해지는 내 모습에 언어따위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회가 있나보다. 데이식스 멤버들은 그걸 알아가는 과정의 한복판에 있는거고. 데이식스 노래들은 다 왠지 마음 한켠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준다 생각했는데 유퀴즈 보고나니 그 서사와 노련함이 노래에서도 드러난거 같다. 1학기때부터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거 같아서, 소속된 곳 없이 홀로 남은 기분이 들어서, 적어도 남들은 커리어적으로든 노는거든 적어도 20대를 알차게 보내는거 같아 끊임없이 비교하며 오늘까지도 초라하게 느껴졌던 적이 몇 번이었는지 모르겠다. 괜시리 다시는 돌아오지도 않고 그때 그 경험 그대로 재현한다 해도 똑같은 감정 못느낄 추억이나 회상하면서 "내가 그때같이 살면 행복할텐데,," 내지는 "내가 좋아보이는 저거 하면 행복할텐데" 같은 허황된 회한에 잠겼었다. 또 한편으로는 허상인거 알아서 너 글에서처럼 "이거 분명 내가 생각하기 나름인데 내 세상은 행복은 내가 만드는건데 나는 왜이러지? 분명 허상이라는거 아는데도 나는 왜케 갈망하지? 이건 내가 정신이 나약한 탓이 아닌가?" 또 다시 자괴감에 빠지곤 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른들은 저렇게 말했는데도 아직은 미숙한 사람이기에, 그리고 세상이 상황이 상황인지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끊임없이 고민해오며 시간을 보냈던거 같다. 너도 비슷한 마음일거라 생각한다. 8월달에도 나는 진짜 화사하고 밝은 나날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언젠간 끝나며 이 순간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절대 돌아오지 못할 그 때' 라며 억지로 단점을 드러내면서 허무감이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마다 최호림한테 현타온다고 새벽감성 타서 장문의 톡보내고 그랬는데. 너한테는 이런 오글거리는 모습 보이는거 처음인거 같다. 그래도 막상 너 글을 읽고 나니 그 어떤 미사여구나 현학적인 표현으로 무장한 글보다도 솔직하고 마음을 울리는거 같고 한편으로는 위로도 되는거 같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들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3번인가 읽었고 글 정말 잘쓴 거 같다. 어쩌면 주책맞아 보일 수 있는 섬세한 감정들을 담백하게 공유할 수 있는 멋진 친구가 있다니 정말 행운인거 같아.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