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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2024.10.19 ・ 스포일러 포함
쓰르라미 울 적에
게임
2024.10.18 (Fri)
나의 고3 입시미술 생활의 동반자이자 나의 롤모델 ...... 고백하자면, 난 이 게임을 직접 한 게 아니다. 인터넷 방송인이 하는 영상을 봤을 뿐이다. 하지만 쓰르라미 울 적에는 비주얼노벨이고, 사실상 플레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방송인의 주관이 나에게도 주입될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난 최소한 이 작품의 본질을 느꼈고, 직시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고3때 쓰르라미를 봤다. 내가 보던 유튜버가 뭔가 고전 명작스러운 걸 하길래 보았다. 그저 가벼운 마음이었다. 한 편 한 편이 길었으므로, 핸드폰에 저장해서 두고두고 보았다. 입시반 시기, 그 때는 학교보다 학원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매 시간을 쓰르라미를 봤다. 왜냐면 분량이 보통 분량이 아니니까...... 학원 차를 기다리면서, 학원 차 안에서, 그림 과제를 하면서, 점심을 먹으면서, 점심을 먹고 학원 뒤 공원을 걸으면서, 집에 돌아와 방에 누워서, 등등...... 그냥 그 때의 쓰르라미는 나의 동반자였다. 정말 할 말이 무궁무진하지만, 결론적으로 나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만 서술해보겠다. 일본 특유의 동인 감성을 아는가? 오타쿠 감성. 이를테면 『아무도 패배하지 않는 세계』 라던가, 『어라? 어째서...... 나, 눈물이?』 라던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던가......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대사들이다. 평행우주, 루프물과 같은 설정들은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다소 기이한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오타쿠 계열에서는 그런 극단적인 설정에서 극적인 사랑과, 우정과, 슬픔과, 감동을 우러내고 연출하고자 한다. 나는 그러한 점이 좋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원조 맛집인 쓰르라미 울 적에께서 나에게 직접 전수해주었다. 위에 나오는 오타쿠 대사들은 사실 전부 쓰르라미 울 적에에서 등장하는 대사들이다. 쓰르라미는 오타쿠들이 추구하는 그 정수들을 아주 맛있게 버무려냈다. 모두가 죽지 않는 세계를 거머쥐기 위해 100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 여름을 반복하는 소녀, 이전 우주의 끔찍한 자신의 과오를 기억해내고 비로소 속죄하는 소년, 친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믿고 손을 뻗어야 한다는 동료제일주의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동인 감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감성을 매우 치밀하고 견고하게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쓰르라미에게 가르침을 받은 셈이다. 만일 내가 장편 만화를 연재하게 된다면, 쓰르라미같은 만화를 그릴 것이다. #비주얼노벨 #일본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