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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2025.12.11

2025.12.10 (Wed)
눈사람의 자살은 봄의 타살이라고 하던데, 나는 그 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눈사람의 자살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차가운 세상에서 살아갈 순 있지만 따스함을 느낄 수 없기에, 생애를 따듯한 물과 바꾸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 눈사람.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눈사람 자살 사건
봄날, 무덤 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할미꽃에게 햇살이 물었다. “할매, 할매는 왜 무덤만 보고 계십니까?” 할미꽃이 대답했다. “무덤 속의 망자가 봄이면 꽃을 보고 싶어 하는데 꽃들은 다 망자를 외면한 채 하늘을 보고 있다오. 그래서 내가 볼품없는 꽃이긴 하지만 누워있는 망자가 나라도 쳐다보라고 이렇게 얼굴을 숙이고 있는 거랍니다.”
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