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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1.27 ・ 스포일러 포함

2026.01.26 (Mon)
배드 드림 코마가 유명한 게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플레이를 안함 이건 코마의 전작들 리메이크 전 버전이라고 한다... itch.io에 Name your own price로 올라와있어서 해봄 사실 플레이는 한 일주일 전에 했지만 아무튼 굉장히 재미있었다 정말 재밌었기 때문에 특히 Bad Dream: Hospital을 안 했다면 안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음 죄다 스포할거라 전에 게임 쪽에서 일하는 친구가 게임의 정의가 뭘까 사람들은 게임을 왜 할까에 대해 고찰하고 있어서 같이 고민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게 정의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게임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반드시 반응해오는 세계여서 좋아한다고 느낌 스토리 분기가 있는 게임에서는 당연한 소리고 단순 퍼즐 게임이어도 내가 조작하는 타일은 그 조작에 무조건 반응하잖음 게임에 내재되어있는 규칙 내에서라면 내가 하는 행동에 반드시 반응해오는 세계가 주는 (불완전한) 전능감? 같은 게 있는듯 어릴 때 고양이 마리오라는 마리오 패러디 게임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죽는 게임이었다 점프를 하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허리만 쭉 늘어나거나 공중에 떠있던 블록 아래에 갑자기 톱니가 생겨나거나 하는 방식으로 정말 조작 한번 할 때마다 괴상한 방법으로 죽음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는 빡치는 게임 같지만 의외로 재밌게 했었는데 그 이유는 결국 그런 예상치 못한 움직임들도 정해진 위치에서 정해진 기믹이 나타나는 것이라서 처음의 당황+웃김을 지나면 기믹을 외워서 하나씩 돌파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함 예상할 수 없는 것 같지만 리플레이가 가능한 특성상 예상 불가능했던 것도 예상가능해질 수밖에 없고 그게 결국 그 게임에 내재된 규칙이며 그걸 지킨다면 게임 세계는 나한테 반응하고 나는 반드시 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음 글케 설계되어있으니까(라고는 하지만 클리어는 하지 못했다) 만약 그 게임이 모든 위치에서 랜덤으로 전혀 처음보는 기믹들이 발생해서 플레이어를 죽여버리겠다고 작정한 방식이었다면 빡치기만 하고 절대 즐길 수 없었을 것 같음 랜덤이더라도 발생 기믹을 패턴화해서 분석하고 매 움직임에 뭘 체크해야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플레이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도 불가능하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그건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함 그치만 이건 뭐 개인적인 기준이고 그럼 게임이란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해야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완벽한 정의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나한테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임 반대로 말하면 나는 게임을 할 때 게임이 나한테 반응하는 게 아니라 내가 게임 세계에서 가능한 일에 반응하고 있다고 느끼면 굉장히 재미가 없음... 내가 이걸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가 아니라 무작정 누르다보니까 이게 되는 걸 보니 이걸 해야하는구나. 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이 게임을 왜 해야하는 건지 좀 시들해짐... 역전재판 같은 경우는 이런 게 덜한데 모든 증언 파트에 대해 모든 증거가 제시 가능하잖음 이러면 감을 못 잡겠을 때 아무거나 노가다해보다가 시들해질 수도 있는데 역전재판은 이런 경우의 수에 대해 반응이 다양하게 나오니까 그냥 그거 자체로 재밌다고 느껴짐 근데 특히 방탈출 류의 포인트 앤 클릭 게임들은 이 '되니까 한다'가 강해서 재밌는 건 재밌지만 노잼인건 한없이 노잼인듯 플레이어가 중간에 갈피를 못 잡고 상호작용 가능한 모든 것을 광클하는 길로 빠지지 않게 단서를 잘 주는 게 중요하겠지만 난이도 조절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런 게임을 하면 굉장히 광클을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이런 이유로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의 명가라는 데달릭 게임을 흥미를 잃어 중도포기했고 이하생략 <여기부터 스포일러> 아무튼 말이 길었는데 배드 드림 시리즈도 포인트 앤 클릭으로서 나의 광클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병원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오직 그것만으로 4점을 매김 배드 드림 시리즈는 Butcher Graveyard Hospital Cyclops Memories Bridge의 6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리즈의 첫 편은 평범하게 호러 포인트 앤 클릭이었다... 커서의 손가락이 하나씩 잘려가는 점은 독특했지만 그거 말고 대단히 인상적인 점은 없었음. 도구를 상황에 맞게 눌러서 써야하는 게 아니라 도구를 가지고만 있으면 상호작용 가능한 파트에선 자동으로 쓸 수 있는 점은 굉장히 편리해서 좋았는데, 시리즈의 나중에 나온 게임에서는 인벤토리 탭이 생기고 도구를 선택해야 쓸 수 있어서 아쉬웠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ㄱㅊ았을텐데 있다가 없어지니까... 아무튼 다른 편들은 무난하게 재밌었다면 병원편은 굉장히 인상깊었다. '나'는 병원에 입원한 채로 깨어나는데 병실에는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 있고 그림의 각 파트에는 색깔에 할당된 번호가 써있다... 게이머의 뇌는 이걸 보면 당연히 아 색깔을 찾아서 그림에 칠하라는 뜻이군... 이라고 생각하게 됨... 그렇게 방을 나가면 바로 건너편에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게이머의 뇌는 당연히 상호작용이 가능한 모든 것을 누르려하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는 변기 속의 똥을 만지게 된다... 그럼 똥 속에서 열쇠가 나오면서 갈색을 수집했다는 표시가 뜨고 이해한 나는 비명을 지름(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칠하라고????ㅅㅂ 더러워어엇-! 그러나 '되니까 한다'에 익숙해진 게이머의 뇌는 결국 굴복하고 그림에 칠하려고 똥묻은 손으로 밖에 나가는데... 나가면 기괴하게 생긴 의사에게 붙잡혀서 주사를 맞고 갈색을 잃은 채로 병실에서 깨어남 아니ㅅㅂ 똥을 또 만져야한다고? 하고 다시 화장실에 가보면 똥이없어서 묘하게 슬프다... 나가서 다시 돌아다니다보면 다른 병실에 구속복을 입은 환자가 있고 접시와 칼 설사약이 협탁에 놓여있음... 그런데 칼을 얻고나면 환자의 다리와 상호작용이 된다! 게이머의 뇌는 알아차린다... 이건 피가 빨간물감이 되는거구나... 사람에 따라서는 망설일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상호작용되는 물체가 따로 없다면 게이머의 선택은 빠르다... 어차피 이건 호러게임이고 장르적으로 허용되는 일이다... 그렇게 환자를 찌르고 빨간색을 얻고 나가려 하면 의사가 찾아와 다시 주사를 맞고 나는 빨간색을 잃은 채 병실에서 깨어난다... 이쯤되면 의사를 방해로 인식함 아니ㅅㅂ 나는 그림을 완성해야한다고 의사가 안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일단 다시 아까 그 방으로 가서 환자를 다시 찌른다 빨간색을 얻는다 의사가 나올걸 각오하고 나오지만 의사는 오지 않는다 응?... 혹시 무슨 타임어택인가? 아까는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끈걸까? 일단 방에 돌아가서 그림에 빨간색을 칠한다 식당으로 가서 아까 얻은 설사약을 식사하고 있는 사람 음식에 탄다 조금 후 화장실에 가서 다시 갈색을 얻는다... 그림에 갈색을 칠한다 여전히 의사는 오지 않는다... 대신 좀 전에 찔렀던 사람의 병실에서 기어나온 듯한 핏자국이 복도 너머로 생겨있다 처음엔 갈 수 없었던 복도 너머까지 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뒤로 들어가는 모든 병실에는 사람이 죽어있고 벽에는 자신이 이 사람을 구원해줬다느니 하는 소리가 잔뜩 써있다 뭐하는 새끼지? 미친놈인가? 하지만 죽은 사람의 토사물이 초록색이기 때문에 나는 토를 만진다 이것도 미친놈같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와서 토도 그림에 칠한다 돌아다니다보면 의사도 죽어있다 그래서 안 왔군... 시체가 가득한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오줌 샘플을 얻는다 오 노란색! 그림에 칠한다 이제 파란색만 얻으면 되는데 파란색이 보이지 않는다 파란색은 대체 뭘로 칠해야하지? 세상에 파란색인 게 뭐가 있지? 병원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개복된 사람을 발견해서 아직 살아있는 간호사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독병을 얻는다 오 독! 이게 파란색인가? 하지만 칠해지지 않는다 뭘해야하는거지? 얼레벌레 헤매고 다니며 결국 모든 열쇠를 얻어 마지막 문을 열면... 탁자 위에 크레용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 것을 의심한다 방으로 돌아와 파란색 크레용으로 그림을 칠하면 게임이 끝난다 다음엔 크레용만 써보도록 하세요 라는 말과 함께... 이게 재밌는 건 사실 이미 어느정도 암시되고 있었다는 점임 게임을 하다보면 사실 양동이로 변기에 물부터 부으면 똥을 안 만지고 열쇠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난 만졌다 왜냐고? 갈색을 주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어차피 똥 만져야하는 거 아냐? 지금 안 만질거면 설사약 써서라도 만지라고 설사약도 준 거 아냐? 그리고 칼로 환자를 찌르지 않고 접시와 함께 식기반납대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난 찔렀다 왜냐고? 그럼 난 빨간색을 어디서 얻으란 거야 나는 '되니까 한' 것 뿐임 이렇게 해야 게임이 클리어되는 거 아냐? 그걸 바라고 이런 과제와 이런 인터랙션을 준 거잖아? 하지만 크레용과 함께 모든 게 뒤집어진다... 사실은 다른 방법이 있었고 의사는 사실 당연한 일을 하고 있었다 똥과 피와 토사물과 오줌을 만져서 그림에 바른 것은 온전한 나의 의지였던 것이다... 병원 배경의 호러게임이니 그런 컨셉이군요... 주인공은 이상한새끼로군요... 가 아니다 내가 이상한 새끼다 오직 나의 의지로. 모든 일이 일어났다. 1차 세이브가 있어야만 크레용엔딩을 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마음만 먹는다면 초회차부터 크레용으로 그림을 완성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내 의지로 일어났다... 이 감각을 느낄 수 있게 잘 설계된 게임이라고 느껴서 감탄했음 크레용 엔딩을 보는 방법도 재미있기 때문에 플레이를 추천합니다 일부러 악성향 플레이시켜놓고 헐 니가 개씹좆같은새끼여서 이런 일이 일어난거고 넌 정말 개새끼세요ㅠㅠ 하는 게임들은 사실 불호일 때가 많은데 이 게임은 아 진짜 내가 내 의지로 이 짓을 했구나 라는 걸 느껴서 기분좋은 배신감을 느끼며 승복함 되니까 한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 나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에서 전능감이 아닌 압도감이 느껴지는데 무척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시리즈 전체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뭔지 잘 모르겠다 스팀에 리메이크 판이 있는데 마침 지금 할인해서 천원대길래 기분좋게 샀음 이 뒤에 나온 게임도 많던데 다음에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