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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2.05

2026.02.04 (Wed)
천선란이 쓰면 좀비물도 다정해진다 수록된 세 편이 모두 좀비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첫편은 흥미로웠고 두번째는 혼란스러웠고 마지막은 이미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도 좋았다 두번째 편은 사실 아쉬웠어... 한껏 꾸며진 문장들이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읽었을 때와 비슷한 기묘하다는 느낌을 줬는데 다만 이쪽은 실속만은 챙긴 이야기라는 점이 달랐다 군데군데 와닿는 표현과 좋은 문장들이 뽀빠이 속 별사탕처럼 박혀있었음
‘예민함의 스위치가 남들보다 잘 작동하는 거겠지. 그럴 수밖에 없었잖아. 한국에서는 여자고, 세계에서는 아시아인이고, 성애로는 동성애고, 직업은 또 환자 걷는 것도 불안해하며 봐야 하는 간호사야. 그 정도의 예민한 스위치가 아니면 분명 뭐 하나는 말아먹었을걸? 그것도 대차게. 너를 살린 고마운 감각이라 치자. 저 직원한테는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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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운이 좋군. 쟤네를 보다니. 쟤네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장풍이 말했다. 저 새가 뭔데? 흔히 볼 수 없는 부리 붉은 애. 잘 날고, 많이 먹어. 아니, 종이 뭐냐고. 새 중에서도 비둘기나 학, 두루미, 이런 게 있을 거 아니야.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런 건 우린 몰라. 분류하고 나누는 건 인간만 해. 쟤는 그냥 많이 먹고, 한동안 안 보였어. 기온이 엉망이라 길을 못 찾는다고 들었어. 예민한 애야. 종을 알아야만 저게 있다는 걸 인정할 거야? 모르면 쟤는 존재하는 게 아닌 거야? 너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야. 나한테 필요 없는 정보야. 알려주지 마. 기억하지 않을 거야. 기억하면 외로워져. 왜? 네가 그렇게 말하지만 않으면, 나는 언젠가 저 예민한 애처럼 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어. 내 몸은 나른할 땐 숲이 되기도 하고, 헤엄을 칠 땐 파도가 되기도 해. 등을 말릴 땐 바람이 되기도 하지. 나는 자유자재로 변하고, 속하고, 벗어날 수 있어. 하지만 구분 지으면, 선이 생겨. 넘을 수 없는. 내가 갇혀 있던 가짜 바다의 투명한 벽처럼. 선이 생기면 오래 살 수 없어. 넘을 수 없다는 좌절이, 마음을 늙게 해. 그게 너희의 장수 비결이야? 아니. 이게 원래 지구를 살아가는 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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