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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3.24

2026.03.24 (Tue)
카메라 기법 자체가 영화가 아닌 다큐를 찍는 거 같은 느낌 인물을 클로즈업해서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그저 내가 그들을 조용히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끔 도와준다 영화를 보면서 점점 죽어가는 사람들의 소리에 집중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됨 그렇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잘 먹고 잘 쉬고 잘 살고 있는 한 가정일 뿐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내 몸에 힘이 들어갔었다는 걸 알았다 혹여나 영화 후반부에는 표현 방식이 바뀔까 봐 내게 그 참혹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 줄까 봐 나도 모르게 긴장한 상태로 보고 있었음 여기서부턴 나의 개인적인...... 생각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 다시 떠오르는 영화였다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전부 끝난 이후 열린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으로 인해 등장한 한나 아렌트의 용어 악의 평범성 보통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생각할 때 우리는 보통 폭력적이고 괴물 같고 악마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 곁을 지나가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홀로코스트를 주도한 인물이었지만, 그는 재판에서 ‘자신은 상관이 시키는 일만 한 일개 공무원일 뿐’이라고 말하며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유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리고 이 사유할 줄 아는 능력을 동물과 구분되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보았다 나의 입장에서는 이 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싶은데 인간은 사유할 줄 아는 존재라고 하고 싶다 사유하는 능력을 활용한다면 인간으로 불릴 수 있지만 그 능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그냥 동물인 것이다 그러니까 아돌프 아이히만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비판적 수용, 무사유, 도덕적 책임감 결여 맹목적인 믿음과 복종 그에 따른 책임 회피 공무원 면접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런 예상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상사가 명백하게 부당한 지시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들이 내게 바라는 답변은 무엇일까? ’공무원에게는 복종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상사의 말에 복종하겠습니다‘ 이런 답변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답변이었다 (참 웃기게도 공무원 면접에는 정답이 존재한다...) ‘공무원에게는 복종의 의무가 있지만 그 지시가 명백히 부당한 지시라면 개인적으로 판례나 법을 찾아보고 뒷받침할 자료를 찾은 다음 상사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면접 스터디원 모두가 이 답변을 외워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합리한 규제나 규칙으로 인해 시민이 과도한 고통을 받게 될 경우 공무원이 규칙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민의 고통을 줄여주도록 요구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긴 규칙으류 인해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징계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면책해 주는 혜택을 주면서 적극행정을 격려하고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영화 속 독일 장교의 아내는 남편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좌천을 당하자 자신은 이 아우슈비츠를 떠날 수 없다고 얘기한다 나는 이곳에 사는 게 나의 꿈이었다고 저 벽 너머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들의 울음소리는 이제 그녀에게는 새소리나 다름없는 일상의 소음일 뿐이다 학살에 순응했기 때문에 그 학살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하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끔찍한 일에 무뎌질 수 있었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내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 가지기를 포기한다면 다소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좋은 일만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끔찍한 일의 도덕적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이 피곤하고 지치고 마음이 안 좋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저 외면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무시하고 사는 선택을 할 때가 있기에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저 명령에 순응하고 복종하고 그 명령이 도덕적으로 어떤지 선인지 악인지 내가 이 명령을 따른다면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사유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끊임없이 선함을 위해 방향을 조정해야 하고 끊임없이 내 행동을 성찰하고 끊임없이 내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고 얘기해 주는 듯한 영화였다

멈춘심장팬클럽
03.24
쓰고 보니 과도하게 길어졌다...... 멈심팬 특 맘에 드는 것에 500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