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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 03.07

2025.03.06 (Thu)
바빌론을 보며 황홀해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2-3시간 동안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의 이야기와 삶 속에 흡수되어 나오는 경험. 그 경험 속에서는 일상에서 주어진 삶과 서사를 살아가는 나를 탈출하여 여러 인물이 될 수 있다. 시네마 천국을 처음 봤을 때 전율을 느끼면서 일상의 일부였던 영화를 내가 사랑하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이후 영화감독을 꿈꾸고, 독립 영화 현장이나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었는데 현실적인 이유로 잠시 접어두게 되었다. 그러고 바빌론을 보았다. 데미언 셔젤의 작품. 라라랜드보다 위플래쉬를 더 좋아하지만, 데미언 셔젤의 리듬감은 언제나 나의 취향에 부합했다. 그래서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봤는데, 개인적으로 데미언 셔젤의 모든 작품 중에 제일 좋았을 정도였다.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지만 당시 못 봐서 집에서 본 게 천추의 한이었지만, 덕분에 집에서 그 수많은 환상적인 씬들을 계속 돌려본 것 같다. 초반부의 화려하고 타락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파티 시퀀스에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대화는 영화에 대한 러브레터이다. 인생에서 해방되는,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사랑한다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담긴 뜨거운 찬사를 담은 대사들과 배우들의 눈빛들이 영화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고백한다. 그리고 그 러브레터 이후에 라라랜드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색감과 미장센 속 넬리의 환상적인 퇴장은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임을 깨닫게 되는 지점이었다. 삶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느껴진다는 주인공들의 말, 진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브래드 피트의 그 탈 것 같은 정열은 가장 마법같은 공간인 영화에 대한 애정과 전율을 나도 함께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현장에 참여해 보면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을 이 영화가 다시 복기시켜주었다. 나보다 거대한 것의 일부가 되어 역사에 남는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감정은 이 시대에 가장 낭만이 살아있고 사람 냄새 나는 것이다. 영화사가 담겨져 있는 바빌론을 보면서 긴 시간이 흐르며 영화가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가 되고, 각종 CG가 들어설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그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벅차올랐고 영화를 보며 같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눈물이 났다. 그 사랑이 나를 망칠지어도, 그 사랑이 질척하고 타락한 사랑이어도, 이카로스가 태양에 한발치라도 더 다가고 싶었던 마음처럼. 정열적인 사랑은 그를 감수하는 이들에게 그 순간의 의미를 영원히 지속하게 해준다. 영화에 대한 사랑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산업은 잔인하고, 영화는 대답해주지 않아 짝사랑하게 만든다. 스타는 지고, 시대의 명작은 기억 속에 잊혀지는 구닥다리가 된다. 그럼에도, 그 머뭇거림을 없애는 건 한 편의 시퀀스 아니, 씬이 한 사람에겐 영원한 의미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지막 씬은 수많은 영화의 역사와 인물들의 역사가 몽타주로 편집하여 순간들의 영원성을 황홀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화려했던 할리우드의 시대와 스타들이 저물었다고 생각하며 슬퍼하던 매니 역시도 찬란했던 그것들의 의미가 시대 속에 단절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벅찬 미소를 짓는 것이라고 나는 해석했다. 맛있는 연기들과 희열이 생기는 편집의 리듬감, 아름다운 미장센 속에서 시네마 천국을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다시금 느끼며, 다시금 영화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영화였다.

앙리뒤프레
03.08
감상평 첫문장부터 나오는 황홀해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는 코멘트가 너무 인상적어서 저도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졌습니다🥹 라라랜드, 위플래시 감독님 작품이라니 더 기대가 되어요💓 저는 영화를 아직 엄청 좋아하진 않지만 좋아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수니
03.07
라라랜드, 위플래쉬 모두 흥미롭게 본 입장에서 바빌론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평이었습니다😮 특히 하나의 씬이 한 사람에게 영원한 의미로 남는다는 것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좋은 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