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엔딩이 납득이 안 가서 책까지 보게됐는데, 애초에 스노우는 겉과 속이 딴판인 인물이고 대부분의 개연성과 전개가 그의 머릿속에서 설명되기 때문에 영화에 적합한 스토리가 아니었네요.
헝거 게임의 콘셉트는 인간 본성이 악하다고 말하는 듯하죠.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인간이 추잡해지는지… 서술이 스노우의 관점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근데 이건 오징어게임적 사고구요.
헝겜은 사실 스노우와 골 박사가 그런 생각—인간은 본질적으로 악하다. 그렇기 때문에 캐피톨의 통제는 필수적이다—을 심어주기 위한 도구입니다. 장차 캐피톨의 독재와 구속의 상징이 되는 스노우도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은 갖추고 있었어요. 전쟁 트라우마와 자존심, 상황의 악화 때문에 스쳐지나가듯, 비틀린 형태로 보입니다만… 어쨌든, 우리의 마음에는 선한 조각이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스노우가 루시 그레이에 대한 사랑으로 헝거 게임이라는 체제에 대항했던 것처럼요.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상황이 그를 내몰았다는 합리화가 통하지 않는 순간이 옵니다. 명예와 생존에 대한 탐욕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들만을 내리고 맙니다. 누구나 그런 선택은 할 수 있지만 뉘우침과 반성이 없다면,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비로소 악하고 끔찍한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 원문은 신랄하면서 재치있는 문장들이 많은데 번역본을 보니 좀 아쉽네요.
—약스포일러—
마지막 장면에서 그에게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기억인 죽은 어머니의 파우더와 가족 사진은 비에 젖어 엉망진창이 된 채로 휴지통에 처박히고, 그에게 남은 유일한 물건이 캐피톨을 상징하는 아버지의 나침반 뿐이라는게.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살인과 기만에 대한 합리화조차 하지 않는 희대의 쓰레기로 마침내 거듭나며 주어가 ‘코리올라누스‘에서 ’스노우’로 바뀐 게 정말 작가가 있는 방향을 찾게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