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10.11 ・ 스포일러 포함

2026.10.10 (Sat)
이미 첫서평에서 별점 5.0 찍고 읽었어 근데 뒷부분은 좋았으나 그정도 감동이 아니라서 4.7 ㅎ ㅎ;; 힘이 되는 말들이 있어서 좋았어 시집인 줄 알고 샀는데 서평이었고, 서평으로 알고 읽어보니 누군갈 아끼는 마음이 가득 담긴 편지 같았어 박완서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후기작들 같은 이야기를 향해 꾸준히 가고 싶어'라고 전했는데 나는 이 책과 다른 여러 책들이 나에게 그랬듯이, 책을 덮은 후에도 남는 힘 같은 것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어 누군가의 다정함을 발견하는 시선에는 또 다른 다정함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성장기보단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고백하는 이야기는 나까지 그렇게 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어
가령 너무 견딜 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고 쳐요. 인간적인 모욕을 받았을 때 그걸 견딜수 있게 해준 것도 언젠가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한번 그려보겠다하는 복수심 같은 거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도 지킬 수 없는 궁지에 몰렸을 때도 거기서 구원이 됐던 건 내가 언젠가누 저런 인간을 소설로 한번 써야지 하는, (…) 불행의 제일 밑바닥에서도 그것이 불행감을 조금 덜어주고 그래서 아주 뼛속까지 불행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33~34p.
이들은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현재를 견디는 것 같아. 뼛속까지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은 남과 나 모두를 거리를 두고 보는 시선에서 나온 걸지도 몰라.
34p.
너를 보며 생각했어. 윤리란 나의 다음을 상상하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고. 내가 버린 봉투를 야간 청소 노동자 분이 무십코 집어 들다가 조금이리도 다칠 가능성. 깨진 유리 조각이 내 손을 떠난 뒤에 벌어질 미래. 그 전까지는 제대로 상상하본 적 없어. 너는 그 미래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을까. 비슷하게 다쳐본 적이 있는 결까.
42p.
"꼭 내가 없는 느낌이었어. 내가 없는데 아주 충만한 느낌이었어."
61p.
우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진짜로는 외롭기가 여려운 것 같아요. 좋든 싫든 너무 많은 존재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책임감과 용기가 자주 외로움을 앞서니까요.
62p.
사랑할수록 구체적으로 말하게 된다. 사랑은 인생의 세부사항이 몹시 소중해지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아끼느라 시선이 촘촘해지고 질문이 많아진다.
65p.
어쩌면 책 읽기는 나의 테두리를 극복해보려는 노력 같다. 내 신체와 역사와 기억과 쩨쩨한 자아로 겨우 넓어진다. 내가 나라는 걸 까먹을 만큼 커다란 사건 앞에서는 허물어지거나 낮아지거나 순간적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압도적인 슬픔, 압도적인 아름다움, 압도적인 탁월함 등으로 나 같은 건 잠시 안중에 없어지는 것이다. (…) 그래봐야 나는 영영 나고 겨우 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 이상의 무언가거 되고 싶어서, 잠깐이라도 다른 존재의 눈을 빌려 세계를 보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일지도 모른다.
77~78p.
말은 기뻐야 힘이 나고 글은 슬퍼야 깊이가 있으므로, 기쁨은 말로 하고 슬픔은 글로 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랬다.
96p.
어떤 날에는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코미디로 쓰지 않는지를 본다. 코미디가 될 수 없는 이야기, 코미디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이야기, 어떻게 해도 도저히 코미디에는 속하지 못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세상에는 있다.
100p.
어쩐지 나는 점점 불안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조심히 살아도 피할 수 없는 무수한 우연 중 무엇인가가, 내 삶의 아주 중요한 걸 아무렇지도 않게 부수고 가버릴까 봐 두렵다. 내가 엉망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다. 상실을 조금만 아는 채로 노인이 될 수는 없을까.
103p.
언젠가 내가 그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쓰게 된다면 분명 몹시 오래 슬프고 난 뒤일 것이다. 슬퍼도 관둬지지 않는 사랑을 품은 채 노인이 된 다음일 것이다.
104p.
솔직함과 작품의 완성도는 무관한 경우가 많고 솔직한 글이 늘 좋은 것도 아니다. 어떤 솔직함은 몹시 무책임하고, 어떤 솔직함은 너무 날것이라 비린내가 나며, 어떤 솔직함은 부담스러워서 독자가 책장을 덮어버리게 만든다.
12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