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06.23

2026.06.22 (Mon)
뭔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톤으로 시를 썼을 때, 선배가 농담처럼 던진 말이 있다. “자꾸 처연한 걸 쓸 거야? 네가 허수경 시인보다 처연할 수 있어?!” 이 말을 듣고 나에게 허수경 시인은 ‘처연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에피소드 이후에 이 시집을 읽었다. 첫 시부터 울컥해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깊고 쓸쓸한 구덩이에 버려진 것만 같은 감정, 그럼에도 삶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져서… 다시 태어나도 시를 쓸 거라는 선언의 진솔함이 짙은 자국을 남겼다. 모든 것을 기꺼이 또 다시. 그래서 이 시집은 오래오래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시집이다. 그리고 다시 읽을 때마다 더 좋아지고 더더 좋아질 것 같다. 시인의 생은 이런 거구나. 어렴풋이 배웠다. 앞으로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