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07.04

2026.07.03 (Fri)
사랑이 사람을 살리고 키운다는 감각이 저 멀리 호롱불처럼 걸어간다. 야심한 밤, 스산한 숲속에서 발견한 따뜻한 빛.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해 감히 기록하고 싶은 마음. 그 반짝이는 아름다움의 파편을 다른 이에게도 맛보여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시집이었다. 남들 앞에서 꽁꽁 숨겨둔 나의 연약함을 시 앞에서는 드러낼 수 있다. 쉽게 바스라지고 뭉크러지는 것을 용감하게 꺼내놓고 바람을 쏘여줄 수 있다. 그럼 조금 살 것 같다. 고명재 시인의 시집을 읽을 때마다 울컥해서 눈물을 펑펑 흘리곤 하는데, 왜인지는 설명할 수가 없다. 언젠가 그걸 정말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또 다른 시가 되겠지. 사랑이라는 말이 클리셰가 된 세상에서도 여전히 사랑은 유효하다. 사랑은 끝이 없다. 끝이 없는 걸 두 글자에 가둬놓으려고 하니까 쓰기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시집의 감성이 ‘올드’하다고 한다. 그 사람에게 올드한 게 뭘까. 새롭지 않다? 세련되지 않다? 나에게는 너무 새로운데. 시골이 나오면 올드한가? 꽃의 이름은 현대적이지 않은가?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말해버리면 안 되나? 이마를 쓸어주던 서늘한 손이 필요할 때마다 이 시집을 꺼내 읽을 것 같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시집. 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새삼 감사하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