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개 ・ 06.28

2026.06.27 (Sat)
하나의 테마에서 뻗어나간 사유와 단단한 심지가 느껴지는 시집이었다. 시집 구성 능력이 탁월하다고 느껴졌고, 실험적이지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태몽과 퀴어… 예전에 읽었던 한정현 작가의 단편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에 수록된 「생물학적 제인」과 표제작 「소녀 연예인 이보나」가 생각났다. 약간 무속적인 느낌도 들고, 주술적인 신비로움도 느껴지고. 시집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시집은 꼭 선언하는 시집처럼 읽히고, 정치적 담론을 표방하는 대목도 있지만(정체성을 호명하고 조명하는 일이 정치에 해당된다면, 시는 분명 정치이고 기꺼이 정치이다), 그것마저 나에겐 파도가 남긴 포말처럼 부드러워서…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좋다, 이런 시집. 단순히 시인이 쓴 시편들을 엮어놓은 책이 아니라, 정말 한 권의 시집으로서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된다. 두고두고 꺼내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