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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4.26

2025.04.25 (Fri)
한때 나는 진실의 대가가 두려웠으나, 이제 다만 묻는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내 시야 한구석에서 놓치기 쉬운 중요하고도 위험한 진실의 흔적을 오직 나만이 발견하고, 내 상사를 비롯한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걸 무시하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 줏대 없이 흔들리다 자칫 마음을 놓으면 그대로 그렇게 휩쓸려서 진실을 결국 회피해버리게 될 것만 같은 그 느낌. 그 느낌을 진짜 잘 살린 것 같다. 물론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와중에는 당연히 자꾸 모르는데 아는 척 하고, 알면서도 무시하는 그 모습들에 화가 났지만, 그 제어실 사람들은 상황에 대해서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인거고, 내가 말한 느낌은 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짓과 회피라는 폭력에 휘둘리는 내 뇌속의 인지장치 레버를 말한 것이다. 실존인물을 기반으로 한 레가소프와 세르비냐와는 다르게 호뮤크는 가상인물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까, 이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이 상황 속에서 이런 인물이 이 사람들 곁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호뮤크를 넣은 것만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뿐만 아니라 호뮤크는 조력자 캐릭터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동시대의 수많은 이들의 노력,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올바름과 이상 그 자체를 한 명의 등장인물로서 형상화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더 찌통이었다. 애초부터 가상의 캐릭터였기에 완전히 이상적인 도덕성과 올바름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레가소프와 세르비냐의 불완전한 도덕성과 신념이 대비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 불완전성이라고 하니 또 떠오른건데, 드라마 내내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했음에도 한명 한명의 인격이 너무나도 개성 있었음이 놀라웠다. 세르비나와 레가소프는 말할 것도 없고, 고르자초프, 그 소방관의 아내, 광부반장, 승진에 독이 올랐던 그 멍청하고 한심한 병신같은 왜 살아있는지 모르겠는 간부(이름도 기억 안나)까지도. 하나 덧붙이자면 세르비나와 레가소프의 우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둘다 너무 매력적인 성격이었고, 이 말은 절대 둘의 인격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인간적이다’라는 표현이 오히려 더 가깝지 않을까 싶고.. 그런 면에서 더욱 이 드라마의 주제가 빛을 발했으며, 전체적으로 드라마가 훨씬 입체적이고 재밌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주상전하
04.30
시대가 발전하면서, 절차와 조직이 복잡해지고 업무가 세분화될수록,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넓은 시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높은 직급으로 갈수록 그 간부들은 가장 하위직급에 있는 사람들의 정확한 업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내린 무식하고 폭력적인 지시를 그 하위 직급의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참사가 바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였던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