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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5.01

by.u진 https://repov.me/ko/record?id=2840905 -------------------- 원글 -------------------- 평점: ★3.5 비빌 언덕 있잖아. 만만하면서도 귀찮고 좋은 줄도 모르겠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언덕. 그게 믿는 구석이거든. 그리고 그건 꽤나 마음을 편하게 할 때가 있어. 그 언덕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무기인지 모르지? 그 비빌 언덕이 있어주길 간절히 바라온 사람은 그 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거든. 너에게 기꺼이 내가 그 언덕이 되어줄게. 아참, 오늘 파란빛 아기 새가 나에게 떨어졌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나의 행운 3분의 1을 너에게 나눠줄게. 넌 작고 소중하니까. 누구보다 난 너의 행복을 비니까. 넌 좋은 사람이야. 책을 덮어두고 강가를 본다. 적당한 초록색과 파란색의 조화는 파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초록색이 세상을 지배했으면 좋겠어' 파타는 자주 생각한다. 우거진 숲이 몸집을 키워 하늘을 다 덮어버리는 생각. 두 팔 벌려 안아도 한 그루의 나무를 감싸기에는 한참 모자라는 생각. 올려다본 나무들은 끝이 보이지 않고 초록빛 틈새에만 허락된 푸른기만이 언뜻 비칠 뿐이다. ”자꾸만 내 행복을 빌어줘서...“ ”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 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 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 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 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그녀는 물음표를 좋아한다. 부드러운 곡선과 그 밑을 받쳐주는 단호한 마침표까지. 어쩌면 모든 물음표를 자신에게 돌려 안고 있기에 타인을 위한 재고가 남아 있지 않은 걸 수도 있다. 남아 있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녀는 내어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다시 그녀는 물음표로 돌아오자. 충분히 들여다보고 돌려보고 곱씹어보아도 해답은 없어 보였다. 마지막 입안에서 굴려본 의문은 밀크티의 마지막 한 모금과 함께 삼켜버렸다. 꼴 ‘왜 내가 좋아하는 건 다 사라질까?’ 깍 “모든 행운을 빌어 파타야.” 파타는 자주 이 문장을 떠올렸다. 이왕이면 그 모든 행운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 너와 나에게 나눌까? “참 쉽지가 않아 모든 게” “맞아 우린 죽을 때까지 서투르겠지.” 둘은 마주 보고 웃었고, 그 웃음은 힘이 되어주기보다 힘이 빠졌다. 친구가 말했다 “다음엔 더 사랑해야지. 내 꿈은 모든 걸 사랑해 버리는 거야.” 파타도 말했다. “나의 꿈은 모든 이별에 익숙해지는 거야.” “아, 아빠. 순리대로 흘러간다는 게 뭐야? 순리가 흘러가는 게... ”모든 것이 질서 있게 주어진 대로 흘러가는 거지.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고, 물은 기울어진 곳으로 조용히 흐르고...“ ”순리에 집중하지 마. 중요한 건 ‘흘러간다’야. 흐름을 떠올려봐.“ ”모든 건 순리대로 흘어갈 거야.“ “파타 씨는 무엇을 가장 잘하나요?” “기다리는 거요.” “그럼 본인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음, 기다리는 거요.” “파타 씨는 위기가 있을 때 어떻게 극복했나요?” “기다렸어요 조용히.” “지금도 슬퍼?” “응.” “왜 슬픈데?” “난 행복할 때 슬퍼.” “행복한데 왜 슬퍼?” “이 순간은 다시는 오지 않을 지나갈 시간이니까.” “또 행복할텐데?” “그치만 이 세상에 같은 행복은 존재하지 않잖아.” “그럼 슬플 때는?” “슬플 때는 안심해.” “왜?” “이보다 더 나쁠 일은 없을 테니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난 엎어져 있었고 오래도록 슬펐다. 불규칙하게 순찰을 도는 나는 긴 복도를 걷는다. 내가 걷는 곳에만 조명이 따라 켜지고 지나온 길은 다시 어두워져 있다. 마주 보고 서 있는 문들은 끝없이 펼쳐져 있고 나의 양 허리에 꿰어져 있는 수많은 열쇠들은 늘어지다 못해 바닥에 끌린다. 이 방들은 감정의 방. 마음의 방. 사람의 방. 기억의 방. 가두기도 탈출하기도 하고 모든 열쇠는 나에게 있고 철저히 나의 선택으로만 방이 열린다. 오늘도 날뛰지 않는 방들이 흡족하다. 그 날카로운 말들을 가득 안고 있던 너의 마음이 더 걱정돼. 난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니까. 난 생각보다 무딘 사람이니까. 이 시간만 견뎌내면 넌 다시 편안해질 테니까. 뱉어낸 너의 모든 말들을 내가 삼킬 테니 넌 나의 모든 행운을 가져가길 바라. 얹혀지는 탑승 감정의 방향이 미세하게 자리가 잡히면 탑승시켜 버린다. 감정의 탑승에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된다. 얹어진 감정은 이제 미끄러지듯이 달리고 어떤 방해도 주지 않는다. 안정감을 느낀다. 그 감정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방관한다. 손톱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수만 번의 탑승으로 감정의 거리를 알게 되고, 한번 탄 감정은 멈추는 법이 없고 순수하기에 내버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