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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5.20

2025.05.19 (Mon)
생식기-보통 ‘도입체’의 형태를 가진, 주로 남근으로 표상되는 그것-에 대한 생물학적이고 인류학적인 논지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책! 글쓴이는 고래와 도마뱀, 여러 곤충 종이 어떤 식으로 생식기를 사용하여 배우자를 전달하는지, 그들의 성기는 어떻게 생겼는지 등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성기의 역할에 의문을 갖게 되고, 나아가 성별 이분법 체계와 남성(근데 남성이 뭐지?) 중심적 사고가 여전히 팽배한 인간 사회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또)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많은 생물 종의 수많은 생식기에 대한 연구가 모두 수컷(그래서 수컷의 정의가 뭐지?)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았다. 아직도 암컷의 생식기, 여성의 질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고마우시게도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여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수컷의 생식기, 남근에 대한 생물학적이고 사회학적이고 또 어쩌구적인 연구가 끊임없이, 그리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진행되어온 것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남성 학자(그리고 모든 남성 여러분)들은 왜 이렇게 성기에 집착할까? 아무리 남근숭배 사상의 잔해에 파묻혀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비대한 자아와 그와 반비례하는 성기…. 딕픽을 보내는 남성들의 자아는 커다란 고래의 커다란 음경만큼 큰 것 같다. 아이고, 성기 크기가 남성성을 의미하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이러네. 하지만 남자들이 성기 크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순간까지 나는 이런 농담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젠더란 무엇인가? 20대 내내 고민했던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성은 무엇인가? 하고 고민도 하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일부’ 여성들의 혐오를 보며(‘일부’ 남성들은 늘 그래서 이젠 언급할 가치도 못 느끼고 있다)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 이 책을 만난 건 좀 다행이었다. 언제나 이런 의제들에 대해 진지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책을 읽는 내내 글쓴이가 옆에서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젠더처럼 변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마음. 우리의 마음. 성폭행범의 음경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가 아닌, 사람의 뇌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나아가 뇌만큼이나 마음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내 마음도, 타인의 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