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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7.12 ・ 스포일러 포함

2025.07.11 (Fri)
너무너무 사랑해. 숨도 못 쉴 만큼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대상은 매번 바뀌었으면서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언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서 한동안은 잠잠하던 마음에 또 사랑이 찼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랑이 많을까? 가족이나 애인,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나를 모르는 수많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들에게도... 숲도 그렇게 이채를 사랑했다. 따돌림을 당하던 숲에게 이채는 한줄기 빛이었고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그래서 이채를 실제로 만났을 때 숲이 느꼈을 감정들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팬싸인회에서 잠시 스칠 때, 콘서트에서 조금이나마 가까이 바라볼 때, 그 순간에도 느껴지던 그 감정들. 너희도, 언니도 오빠도 다 사람이구나, 나랑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그러면 이제 사랑 틈으로 질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미움과 반감도. 내가 너무 초라해서 화가 나고 기대했던 그들이 아니어서 실망한다. 나는 누구를, 무엇을 사랑했던 걸까?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사랑해. 매번 결국은 인정하고 말았다. 숲이 부러웠다. 사랑하는 이채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특별해지기까지. 가저증인지 뭔지, 나도 있었더라면 내 아이돌과 한번이라도 눈 맞추고 말을 섞을 기회가 있었을까. 서른이 다 되어서 이런 유치한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음악이 없었다. 이채가 닷새만에 깨어나서 바로 찾을 만한 음악이. 그런 음악을 편곡할 능력이. 나에게는 음악이나 다른 예술과의 끈이 단 한 개도 없다. 그래서 숲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닿고싶어. 그래서 엔터사 입사를 희망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지금까지도 평소와 다름 없이 멀리서 바라보며 살고 있다. 너희는 뭐길래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니? 너희는 뭐길래 나를 그렇게까지도 행복하게 하니?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가족들 친구들과 싸우게 만드니? 숨이 턱 하고 막히는 이 감정은 뭐니? 북받치는 이 느낌은? 목 아래 가슴 위쪽 그 사이에 진짜로 간질간질한 이 기분은 뭐니? ...너희도 이런 기분을 느낄까? 내가 우리가 너희를 사랑하는 걸 느낄 때 벅차고 울음이 날 것만 같으니? 영원히 알지 못할 물음을 던진다. 나는 이제 예전만큼 사랑할 기력은 없다. 그래도 계속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마음을 준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 내 팔에 적힌 타투처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어쩌면 이건 다른 누군가도 아닌 빛나는 별들을 향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