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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7.20

2025.07.19 (Sat)
성희 언니가 추천해준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용기를 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는 인류학 그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저작이라고 했는데, 과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종종 조선(한국)의 신앙이나 미신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사실 여부는 둘째치고 프레이저가 세계 곳곳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싹싹 긁어모은 것에 정말 감탄했다. 다만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시대의 지식인이라는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듯했다. 동아시아에서 뒤늦게 제국주의에 발을 들인 일본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 있는 부분이라든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가장 원시적이고 미개한’ 종족이라고 스스럼없이 쓰는 점이라든지. 당시 많은 지식인이 이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을 생각하면 울적해진다. 물론 원시종교와 기독교 간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많은 종교인이 이마를 쳤을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21세기를 살며 이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800여 쪽에 달하는 책을, 그것도 작은 활자로 촘촘히 쓰인 페이지들을 넘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독립과 반납 기한이라는 시간에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지만 틈틈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리저리 치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 갔다가, 뉴기니섬에도 갔다가, 이집트와 나이지리아의 옛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영화 <미드소마>에 나오던 것처럼 나무를 세우고 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북아메리카 원주민들과 함께 정령에게 기도드렸다. 수많은 왕을 살해하고 인신공희를 바쳤다. 모두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래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