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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7.27

2025.07.26 (Sat)
그래서 결론이 뭐라고?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보다도, 존재 자체로써 더 큰 의의가 있는 책. 프레이저가 <황금가지>라는 책으로써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법 산만하다. 프레이저를 비판한 이들의 말처럼 수많은 인류 집단의 수많은 사례를 두서없이 나열한 것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촘촘한 열거 자체가 인류학에, 철학에, 뿐만 아니라 문학과 사회학, 수많은 학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할 것이다. 발데르의 죽음, 일일이 쓸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그리스 신화, 이래저래 접했던 세계 여러 나라의 관습들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 이상이었다. 프레이저가 말하는 ‘미개하고 원시적인’ 습속들은 그가 죽고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든 인류의 몸과 마음에 살아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도 제사나 49재 등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머릿속에서는 더 많은 것들이 과거를 지나 달려갔음에 분명하다. 비록 상아탑 속에 있었지만 언제나 망원경을 들고 창밖 멀리 바라보지 않았다면 과연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실제로 다른 이들과 크게 어울리지 않았던 프레이저의 삶은 상아탑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는 상아탑 바깥 저 머나먼 곳에 그의 ‘영혼’을 두고 늘 그곳에 마음을 보냈던 사람이었으며, 그의 마음과 영혼은 자유롭게 상아탑 바깥을 모험하고 탐구하며 종종 상아탑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러 오갔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영혼’은 육신이 스러진 이후에도, 지금까지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이들과 어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잠시 들러주길! 당신께 해주고 싶은 말이,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