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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8.13 ・ 스포일러 포함

2025.08.12 (Tue)
글쓴이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글쓴이의 삶은 조각조각 이어붙인 퀼트 작품처럼 전부 다 달라 보이다가도 근현대 중국의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먼저 읽은 (상)권은 글쓴이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글쓴이의 외할머니는 청 말기에 장군의 첩이 되어 쉽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았다. 하나뿐인 딸을 비롯하여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슬픔과 아픔을 견디어 냈다. 한편으로는 진정한 사랑을 위해 당시 통념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던 재혼을 하기도 하는 등 진취적인 면모를 지니기도 한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할머니는 새로운 혁명적 가치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중국의 전통적 가치에 미련을 둔 낡은 인물로 보이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그가 자신과 딸의 삶을 위해 내린 결정은 당시 여성으로서는 매우 대담한 것이었다. 반면 어머니는 국민당과 공산당이 중국의 패권을 두고 싸우던 시기에 열정적인 공산당원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공산주의적 가치, 특히 여성도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에 크게 감명한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전부 내던질 정도로 혁명에 열의를 보였다. 자신과 다른 가족들보다도 공산주의 이념을 우선시하는 남편에게 서운하고 화가 날 때도, 당의 지침에 의아함을 느낄 때도, 애써 그것이 더 나은 중국의 미래를 위한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당으로부터 공산당에 바친 지난 삶을 끊임없이 의심받고, 아이를 유산해 몸과 마음이 상했을 때도 그는 모두 참고 견뎠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무리하게 추진한 대약진운동과 대기근을 지나며 어머니는 당 활동에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게 진정으로 옳은 것일까? 그 누구보다 굳은 심지를 갖고 가족들에게마저 예외를 두지 않던 아버지도 무언가 옳지 않다고 느꼈다. 글쓴이는 공산당이 집권한 뒤 대기근이 지나고 혁명의 열기가 식어갈 때쯤 유복한 어린 나날을 지내고 있었다. (상)권에서 글쓴이와 형제들은 아직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글쓴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트인 상태였으며 당원인 부모님 덕에 좋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어린이였다. 마오쩌둥과 당에 대한 마음이 식은 공산당원 부모님 밑에서 점점 개방되는 중국을 경험한 그가 (하)권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정말 궁금하다. 비록 이 책이 모든 중국인의 삶을 재현해냈다고는 보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매우 큰 가치가 있는 자전적 글이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현대 중국에 관심 많은 나에게는 특히나 정말 유의미한 책이다. 다만 이 책으로 얻은 인사이트가 또 다른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언제나 지금과 같은 마음을 견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