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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8.16 ・ 스포일러 포함

2025.08.15 (Fri)
중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 20대 초 이후,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 사람들, 그리고 공산주의와 공산당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으려 무진장 노력을 해왔다. 그때는 지금처럼 한국 내 중국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지기 전이었기에 그러한 나의 노력은 큰 방해를 받지 않았다. 물론 언론에서는 조선족과 중국인에 의한 범죄가 과장되어 보도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내용을 얼추 걸러 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내게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내가 중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보이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백 사람의 십 년>이라는 책이었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그 책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백 사람의 십 년>은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중국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수집한 것인데, 그동안 중국 내 수많은 사람이 명예를 잃고 가족을 잃었으며 생명까지 잃었다고 했다. 그것도 다른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신의 국가에 의해서.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으며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인간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어리석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나름의 편견을 내려놓았다고 여겼는데, 이는 내가 가져온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선입견’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 뒤로도 나는 꾸준히 중국에 관심을 가졌다. 막 학기에는 중국과 북한 사람들, 재일교포에 대한 강의도 수강해 열심히 들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나날이 중국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반감은 심해져만 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은 혐오 발언과 행위도 있었다. 그럴수록 중국에 대한 나의 마음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그리고 더욱 궁금해졌다. 한국에서 현대 중국이 가진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이웃 나라인 중국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무얼까?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것, 책을 읽음으로써 이를 해소하고자 했다. 올해 읽은 중국에 관한 책으로써는 세 권째에 해당하는 <대륙의 딸>. 이전에 읽은 두 권은 중국 역사와 철학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실제 중국에서의 삶을 기록한 자전적인 이야기책이었다. 심지어 청 말기부터 살아온 외할머니부터 어머니, 자신까지 3대에 걸쳐 이어지는 중국 여성들의 인생에 대한 일종의 회고록이었다. 상권에서 외할머니와 젊은 어머니의 삶을 다루었다면 이번 하권에서는 어머니와 젊은 글쓴이의 삶이 다루어졌다. 하권에서는 내가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문화대혁명’ 시절에 대한 글쓴이 가족의 기억이 담겨있었다. 공산당에 모든 삶을 바친 어머니와 아버지가 구금당하고, 폭력과 고문에 시달리고, 심지어 강제노동 수용소에 들어갔을 때는 마치 내 부모가 그런 고통을 당하는 것처럼 마음이 찢어졌다. 가족들이 갈래갈래 떨어져 사는 시절에 대한 기록도, 외할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담담한 서술도 정말 내가 겪은 일처럼 숨도 못 쉬게 슬펐다. 한편 슬픔과 괴로움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위안을 찾던 소녀 시절의 글쓴이에게는 연민을 느꼈고, 마오쩌둥 사후 중국에 자유의 바람이 불었을 때 글쓴이가 대학에 가고 하고 싶던 공부를 하는 부분을 읽으며 뛸 것처럼 기뻤다. 그밖에도 나는 글쓴이의 크고 작은 즐거움과 슬픔, 외로움을 함께 나누었다. 두 권으로 쪼개진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글쓴이였고 글쓴이가 나였으며, 글쓴이의 부모를 내 부모처럼 공경하고 사랑했다. 이 책도 <백 사람의 십 년>처럼 중국 근현대의 어두운 면을 낱낱이 파헤쳤다. 공산당이 최초에 만인의 평등이라는 위대한 가치로 시작한 것은 맞지만 국민당이 그랬듯이, 또 모든 사상이 그렇듯이 점점 본래의 거룩한 목표는 희석되고 권력에 대한 야욕만 남았다. 마오쩌둥과 그의 부인 장칭을 비롯한 4인방은 자신들의 지위를 위해 중국의 인민들을 잔인하게 학대했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도덕성과 지성마저 상실케 했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우울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지점을 살아가면서 글쓴이와 가족들, 그리고 수많은 중국 인민들이 겪었을 마음에 미약하게나마 공감하는 것은 괴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상황 속에도 가족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책을 읽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내가 이런 책을 알아내고 열렬히 읽을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수많은 독자에게, 나에게 기꺼이 내어준 글쓴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