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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8.22 ・ 스포일러 포함

2025.08.21 (Thu)
이 책은 샤오훙의 원작 <생사의 장>을 극 대본으로 바꾸었고, 또 한국에서 공연될 때 한번 더 각색된 작품이다. 원작인 <생사의 장>은 근대 중국 산촌에 사는 이들, 특히 여성들의 힘겨운 삶에 대해 다루었다고 했다. 극 대본 <생사장>은 산촌이라는 배경이 한국인에게 익숙한 농촌으로 바뀜과 동시에 산촌 여성들뿐만 아니라 농촌 마을 사람들의 고된 삶을 다루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긴, 읽는 내내 억척네나 곰보네, 금지보다는 조삼과 반푼이, 성업의 서사가 중심이라고 느꼈다. 정말 아쉬웠다. 다만 일본군이 마을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이나 조삼이 딸 금지의 아기를 죽이는 장면과 같은 것은 삭제되어 다행이었다. 안온무해ㅋㅋ한 것만을 추구할 순 없겠으나, 나는 심약하니까. 여자니까 이해해주길! 곰보네가 일본군에게 밥을 주고도 겁탈에 이어 살해까지 당한 것도 너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래도 그런 장면은 굳이. 다만 나는 금지가 아기를 잃고 대처로 가서 어떤 삶을 살다가 돌아왔는지 궁금했고, 억척네와 곰보네, 능지네와 다섯째네를 비롯한 마을 여자들이 어떤 삶을 공유했는지가 궁금했다. 극에서 출산과 관련한 장면이 자주 등장해서 좀 의아했는데 해설을 읽어보니 이 극이 전체적으로 생과 죽음, 그 사이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라 해서 납득할 수 있었다. 이런 보편적인 정서와 동시에 한국과 중국이 공유하는 근대사, 평민들에 대한 지주 계급의 횡포와 일본에 의한 억압이 극 <생사장>이 한국에서도 공연될 수 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비록 2005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라고는 해도 말이다. 나는 중국이 싫지 않다. 오히려 점점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을 출판해낸 이들이 말했듯이 한국에서도 중국 극이, 중국에서도 한국 극이 상연되어 서로의 문화에 공감하고 또 서로 이해하며 문화의 융합과 발전을 이뤄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