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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8.29 ・ 스포일러 포함

2025.08.13 (Wed)
고전 발레가 아닌 현대 발레! 사실 큰 기대 안 했는데 대표님이 가져다준 팜플렛 보니까 최초의 전자악기도 있다고 해서 그때부터 좀 궁금해지긴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인어공주 이야기는 그대로이고 거기에 안데르센을 암시하는 역할로 나오는 시인이 추가된대서 또 궁금하기도 했다. 확실히 정통 발레는 아니었다. 뭐 이전에 본 발레가 딱 두 편뿐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발레에 갖고 있던 이미지랑은 전혀 달랐다. 음악도 달랐다. 대표님은 난해하고 어렵다고 약간 투덜거렸는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사모님도 나한테 공감해주셔서 좋았음 우헤헤. 근데 웃긴거 대표님도 인터미션 때 나랑 사모님의 긍정적인 평을 듣더니 2막은 좀 열린 마음으로 보신듯 ㅋㅋㅎ 정말 마음에 들었던 건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시인과 인어공주가 빙글빙글 돌면서 막이 내려가고 이야기가 끝이 났다. 나는 이것이 시인과 인어공주가 서로 공감하거 마음을 나누는 것 이상이라고 느꼈다. 시인은 에드바드와, 인어공주는 왕자와 이루어지지 못했다. 시인이 인어공주를 탄생시킨 순간부터 인어공주는 시인의 분신이었던 반면 그가 시인의 존재를 인지한 것은 왕자를 온전히 잃고나서였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존재가 있다는 걸 알고 서로 부둥켜안음으로써 치유되는 두 개의 사랑. 하얀 옷을 입고 동글동글하게 도는 모습은 물거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좋았다. 인어공주 혼자 물거품이 된 게 아니어서, 같이 물거품이 된 존재가 있어서, 외롭지 않을 수 있어서. 다만 나는 조금은 울고싶었던 것도 같다. 내가 가질 수 없으면 죽이는 게 어렵나? 나는 사랑하면 집착하게 되고 그게 내것이 아닌 걸 견딜 수가 없다. 나라면 기쁜 마음으로 왕자를 죽였을 거다. 어쨌든 왕자를 죽이고 그 마지막을 쟁취하는 건 나니까. 왕자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왕자를 죽이면 왕자는 영원히 내게 귀속되는 것이 아닌가? 사랑해서 죽이지 못한다, 사랑해서 놓아준다,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지금도 죽여서라도 갖고 싶은 사람이 몇 명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