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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9.17

2025.09.17 (Wed)
진짜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실존할까? 눈물나게 좋다고..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줄줄 흐른다. 영원히 잊지 않을래. 처음 이 영화를 마주했을 때의 감각을 제발 다시 나에게 줬으면. 몇번이고 몇번이고 보면서 이 영화에 질릴 것이 두려워. 아시타카와 함께 긴 모험을 한 것 같아. 눈을 감으면 여정이 하나 둘씩 아른아른 떠오르고 금세 장면들이 그리운 기분이 든다. 영화 진짜 하나도 안 촌스러워. 97년 작인데. 난 평생 이 작품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영원히 이 온도, 습기, 바람의 냄새, 타타라 마을 앞의 숲과 들판에 온통 숨막혀 살고 싶어. 나 이걸 보기 위해 사는거야.. 새삼 삶의 생동감을 뼈저리게 느낀다. 25주년 오케스트라 들으면서 계속 눈물만 줄줄 흐르고 있음 주구장창 패드로만 보다가 영화관에서 보니까 너무 감상이 새로웠는데 처음 본 듯이 감상평을 적자면 일단 주인공인 아시타카가 중립적인 인물로써 나왔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었고 그리고 모든 인물들이 상대적인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악이나 절대선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이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음 그리고 옷코토누시를 비롯한 멧돼지 일족들의 마음도 사실 이해는 가서 더 화나고 슬펐음. 인간 혐오의 최대치를 찍게 해주는 영화. 영화의 모든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붉은 사슴을 타고 돌화살을 쏘는 부족부터 비롯해서 타타라 마을이랑 들개 일족들 그리고 그 태곳적 모습으로 존재하는 모든 신들도 그렇고 너무너무 매력적이야 이미 이 세계관만으로도 이미 모든 가치를 다했다고 봄 자연을 대주제로 잡은 시점부터 이미 내 모든 사랑을 다 가져갔다. 영화 내에서 의미 없는 대화는 없어. 특히 지코보 스님과 한 모든 대화는 보편적 인간의 습성을 드러내는데, 스님 자체가 약삭 빠르면서도 또다시 명쾌한 선악이 없다는 게 그 존재만으로도 완벽히 ‘인간성’이라는 것을 드러냈던 것 같음. 와중에 에보시는 그 이중성이 되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음. 에보시의 사고관 역시 동의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는 게 진짜 너무 짜증나고 좋음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가치와 주제들을 이렇게 이해하기 쉽고 아름답게 다룰 수 있다는 게, 이 재능과 아름다움이 너무 질투가 나고 동경하게 된다. 대사 하나 하나가 나를 죽여. 사실 사슴신의 생명을 앗아가고 또 돌려주는 그런 특징은 그의 첫 등장에서 알아챌 수 있다. 사슴신이 땅에 발을 대면 그 곳에서 생명이 폭발하고 또 그만큼 죽지만.. 결국 보면 모든 생명은 죽고, 희생은 불가피하다. 필연적으로 죽음과 함께 다시 새로운 생명이 일궈지기도 한다는 걸 암시하는 존재였던 것 같기도 하다.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란 그런거니까 그렇지만그렇지만진짜 너무 좋다.. 어떻게 97년에 이렇게 진보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을까? 주제, 작화, 연출, 성우 하나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에 수렴한다. 온 세상이 재앙 덩어리라는 대사에서도 사실 재앙신이라는 존재는 그저 상징적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들을 극단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오게 표현한 재앙같은 존재로.. 사실 결국 인간들이 먼저 선을 넘지만 않았어도 멧돼지들을 비롯한 신들이 이렇게 될 일은 없었다는 것도.. 추악하고 모순적인 인간상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더 자극적이었던 것 같음. 모로 진짜 너무 좋고.. 아시타카 진짜 진짜 너무 매력적임. 시간적 배경을 아주 고대로 설정해서 태곳적의 거대하고 현명했던 동물들이 작아지고 멍청해지고 있다는 설정이 영화 밖의 현대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도 너무 짜릿함 중간중간에 나오는 인간의 시점이 인상깊었는데, 사슴신이 죽으면서 대지가 다시 회복하는 모습만을 보고 사슴신은 꽃을 피우는 신이구나 라고 말하는 것이라던가, 에보시가 아시타카에게 언급하는 사슴신에 관한 터무니없는 소문이라던가 이런 단편적 시야만을 가지고 자연을 멋대로 재단하고 이용하려드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음. 아.. 그리고 Ost 진짜 너무 너무 좋아. 멜로디와 악기, 그리고 목소리로만 주는 순수하고 거대한 감동이 너무 놀라워. 나는 이 성악과 현악기가 함께 만들어내는 태초의 느낌과 감정에 숨이 막힐 것 같다. 아시타카가 숲과 산을 배경으로 달릴 때 자꾸 ost를 틀어주는데 그것과 배경 속 경관의 어울림이 그렇게 기가 막힐 수가 없다. 모든 숲과 산이 생명력 넘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줘서 좋다. 사실 좋지 않은 부분이 없어. 작화 관련해서도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아아아 이 고전틱하면서도 난잡하지 않고, 정갈하되 분명히 아름다운 그림체를 보라.. 정점이다. 90~00년대의 애니메이션은 경탄받아야 한다. 3d를 쓰지 않는 게 맞다고. 이렇게 맛있는데. 뾰족한 코 브이라인 날카로운 눈매 이런 뻔하고 요사스러운 미남이 아니라 이목구비의 조화로 미남을 만들어서 좋다. 난 역시 남성작가의 미남 그림체를 좋아하는 듯. 이런 말까지 하기엔 지브리는 만국공통미남이긴 하지만.. 왜 너무 사랑스러운 것은 영원할 수 없을까?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 질리지 않고 그것들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너희는 자연의 증오와 한을 알아야한다
나무 심었어. 나무 심고 나무 심었어. 인간이 다 베었다. 숲은 돌아오지 않아. 인간을 죽이고 싶어.
인간도 될 수 없고 들개도 될 수 없는, 가엾고도 사랑스러운 나의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