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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9.20

2025.09.20 (Sat)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고 있는 혜택의 전신이 공산주의에 있음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복지 정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수립부터 보전까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라는 말은 금기시된다. 민주화 운동의 시대를 지나며 마르크스 철학을 비롯한 사회학,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은 형편이 조금 나아졌으나 공산주의만은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최근 들어 공산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막연한 분노가 더욱 심해진 것도 같다. 심지어 지난 정부는 잔존 공산 세력 척결을 내세우기까지 했으니. 공산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한반도에 근대화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사실임에도 우리는 우리 역사에서 그들을 뚜렷하게 인지하지 못 한다. 당연하게도, 민주주의의 탈을 쓴 민족주의 때문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공산주의와 민족주의가 우선시하는 가치에는 차이가 있었다. 해방 이후 남북한이 이념에 따라 갈라지기 이전부터 그랬고, 이후 6·25 전쟁을 겪고 한반도가 둘로 쪼개진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대한민국 정부는 6·25 전쟁 이후 북한에 대한 증오를 국가 감정으로 삼아 나라를 단단히 뭉칠 필요가 있었기에, 북한을 악마화하고 북한의 건국 이념을 비가시화함으로써 이를 실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학교에서 늘 한국사를 공부하면서도 조선의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게 되었다. 정규 교육에서 배우는 공산주의와 관련된 일제 강점기 조선 단체는 신간회 정도뿐이다. 이마저도 공산주의자와 민족주의자가 섞여 있었던 조직이어서 그나마 교과서에 실린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조선에 공산주의자들은 분명히 존재했고, 무장투쟁과 파업 등 많은 것을 이끌었다. 일제 강점 아래에서 조선의 근대화에 분명한 기여했다. 그리고 북한뿐만 아니라 지금의 대한민국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1930년대 국내파 풀뿌리 활동가인 이재유의 공산주의적 테제였다. 그가 투옥 중 작성한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았다. 실업, 질병, 노령 등의 보험. 모성 휴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학교 내 민주화. 일 7시간(청소년은 6시간), 주 40시간 노동. (기혼 남성 노동자에 대한) 최저 임금…. 2025년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일부는 실제로 이루어졌고 일부는 아직도 미흡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너무나도 일치한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을 모두 보듬는 것이 공산주의라면 우리 사회에도 공산주의에서 중요시하는 것과 같은 가치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니 냉전 시대를 지난 2025년에도 여전히 반공, 멸공을 외치며 정치 관념 차이를 핑계로 그 가치를 폄훼하는 극우 진영이 더욱 한심하고 안타까웠다. 무엇을 위한 우익일까? 우익이라고 하면 경제 발전과 국가 존속 등 보수적이라고도 하는 가치들을 우선시하는 진영을 의미하는데, 요즘 우익을 표방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자신과 다른 사람은 배척하고 함부로 혐오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만 같다. 좌우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 없으면서…. 그런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인데 절대 안 읽겠지.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