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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9.24 ・ 스포일러 포함

2025.09.23 (Tue)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으면서 다 읽은 책은 진짜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인가? 오늘까지 반납이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탐험대가 테러 호를 떠나 킹윌리엄 섬에서 행군하다가 흩어진 부분부터는 진짜 정신을 못 차리고 읽었다. 크로지어가 벙어리 여자를 만난 이후부터는 실제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여자가 툰바크와 치룬 것과 같은 의식을 치룬 뒤 탈리릭투그는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어릴 적 메모 모이라 할머니와의 기억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흰 옷을 입은 사제가 아닌 하얀 털로 뒤덮인 툰바크에게 자신을 바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떠내려온 테러 호에 깃든 악한 이누아를 알고 미련 없이 배에 불을 지른 장면도 좋았다. 크루지어로 살아온 삶은 가슴에 넣어두고, 탈리릭투그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된 것 같아서. 2권 후반부에 나오는 세드나는 이누이트 족에서 가장 유명한 신이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 천문학자가 자신이 발견한 별에 세드나의 이름을 붙였기에 나도 대강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자른 세드나의 손가락에서 고래와 바다표범, 바다코끼리가 탄생했다. 그리고 세드나는 바다의 영혼이 되었다. 새로이 알게 된, 그리고 이 책 전반과 관련이 있는 이누이트 설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세드나가 만든 툰바크는 그의 통제를 벗어났다. ‘진짜 사람들’ 이누이트의 주술사들은 최고의 남녀 주술사들로부터 ‘시샴 이에우아’를 탄생시켜 툰바크와 소통하게 했다. 이리버스와 테러 호의 선원들이 벙어리 여자라고 부른 실나는 시샴 이에우아였다. 괴물 툰바크와 소통했고, 크로지어가 천리안을 가진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언젠가 같은 시샴 이에우아가 될 것을 알았다. 크로지어가 탈리릭투그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은 운명이었다. 그 운명을 알고 있던 것은 실나뿐이었지만. 실나가 말 대신 생각으로 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크로지어는 그렇게 먼 길을 돌아왔던 것이다. 크로지어도 실제 인물이었다. 실제로 두 배가 실종된 지 거의 10년 뒤 이누이트 마을에서 그가 목격되었다고 했다. 이 책은 존 프랭클린보다 그에게 초점을 맞추어 쓰였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정말 크로지어가 탈리릭투그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이누이트 마을에서 고통 없이 지내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