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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공개 ・ 09.27 ・ 스포일러 포함

2025.09.26 (Fri)
너를 꼭 안아주고 싶어, 꼭.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귀신처럼 톈홍과 그의 자매들, 징쯔총과 샤오촨, 밍르 서점의 두 주인과 아산의 곁을 떠돌아다니며 그들을 한 번씩 껴안고자 했다. 나는 온기도 마음도 전할 수 없는 책 바깥의 귀신이지만 그래도 닿을 수만 있다면. 타이완, 내게는 귀신들의 땅이 아닌 낭만의 땅. 많은 이에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아름다운 그곳. 타이완 사람들은 자조적으로 그렇게 부른다지만 외지인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 나는 이제야 타이베이가 아닌 용징에서, 외부인이 아닌 타이완 사람의 시선에서 타이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이 근방 나라 중 제일 낫지만, 타이완에서도 소수자를 짓누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그 시절에 대한 것이었다. 동성애자를 죽이고 여자들을 업신여기던 타이완의 어느 시절에 대한, 그런 책. 그래서 천 씨네 사연많은 다섯 자매와 그들의 엄마 아찬은 핍박을 받았고, 아빠 아산과 주인공 톈홍, 밍르 서점의 두 주인과 징쯔총은 삶의 끝까지 내몰렸다. 손가락질만 당해도 아린 인간의 몸과 마음에 실제로 생채기가 남았다. 오로지 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읽으면서 내가 아는 그리고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를 떠올렸다. T처럼 마지못해 혐오 세력에 가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도 많으리라. 그리고 그들은 T처럼 사랑받지도 못하며 하물며 살해되지도 않는다. 그들에겐 그런 영예가 주어지지 않기에 더욱 당당하게 소수자의 존재가 두려움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가부장적인 전통이라고 불리는 불평등에 맞서는 여자들이 두렵고 성별이분법적 고정관념이 뿌리내린 사회에 도전하는 성소수자들이 너무나도 두렵다. 언젠가는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해버릴 것만 같아서? 아니, 이미 그들의 자리라는 건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소수자들, 어린이와 노인, 여자와 젠더퀴어, 성소수자와 이민자와 장애인 정신병자 그리고 수많은 변두리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걸 눈 감고 모르는 척 하려는 사람들의 자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들, 능력도 없고 인간도 덜 된 채 오래된 자리만 지키고 싶어하는 남자들, 이성애자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앞으로도 당연할 것이라고 다름을 포용하지 않는 이성애자들, 청년들, 자신들은 어린 적도 없고 늙을 리도 없다고 여기는 청년들, 비장애인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무식한 비장애인들, 종교인들, 잘못된 믿음으로 혐오를 정당화하는 종교인들 이 혐오자들, 모든 혐오자들.